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대통령 직속기관인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중위)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기후환경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데 여러분의 고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에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이 민간위원장으로 선임되며 '탄중위 2기'가 닻을 올린 상황에서 힘 실어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탄중위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이번 정부 들어와서 대폭 줄였지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워낙 중요한 위원회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다시 새 출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은 기후변화, 환경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는 국제사회에서는 어떠한 얘기를 끌어낼 수 없을 정도로 (탄소중립은) 인류 전체가 가장 관심을 갖는 화두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정부에서 제시했던 탄소중립 감축 목표 등에 대해선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에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습니다마는 국민들이, 또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한 바 있다"며 "과학적 근거도 없고, 또 산업계의 여론 수렴이라던가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를 하면 그것이 주는 국민들의 부담이 어떤건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어찌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을 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념이 아닌 과학적으로 접근해 세부 이행 방안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탄중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해 5월 29일 탄소중립 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한 바 있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을 마련했지만 위원들이 시민단체 인사 중심으로 짜여져 에너지 등 관련 전문가가 없다는 비판까지 나왔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새로 출범하는 '탄중위 2기'는 기존 1기의 모습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국무총리실은 탄소중립위원회 개편을 통해 분과위원회를 기존의 절반인 4개로 줄이고 대통령이 위촉하는 민간 위원도 기존 76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이에 일각에선 기능 약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탄소중립이라는 것이 우리 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혁신과 기술발전이 따라야 되고, 그것이 우리의 먹거리 산업화돼야만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이 여론을 모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최고의 전문가들께서 정부에 정책 방향을 조언해 주시고 구도를 만들어주셔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것이기에 오늘 여러분을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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