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6일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약자 복지가 아니라 약자 무시, 약자 약탈"이라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민생 우선 예산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에 대한 사과 없이 국회에 들어서 시정연설을 진행한 것을 '민생 외면'으로 규정하며 이어 맞서 '민생 예산'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도 언급하며 '검찰출신 무능' 프레임을 앞세워 현 정부 국정운영을 맹폭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금융시장 불안을 꼬집었다. 그는 "현재 정부의 모습이 IMF 발생 당시의 정부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며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방치하다가 IMF 사태라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본시장에서는 소리 없는 비명이 난무하고 줄도산을 걱정하고 있다"며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정부여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와 새로운 각오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진태 강원지사의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를 두고서는 "공안 통치와 야당 탄압에 몰두하느라 정작 경제 위기를 방치한 결과"라며 "방화범은 김 지사고 방조범은 윤석열 정부"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진태양난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위기 관리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김 지사의 헛발질과 시간만 허비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금융당국이 일시에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사의 지급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초래된 자본시장의 경색이 전 산업 영역으로 확산될 조짐이 있다"며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여파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모든 자산시장이 얼어붙고 여기에 더해 국내 기업의 회사채까지 급락했다. 증권사, 건설업계의 도산설 루머까지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엔 수수방관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크다. 자본시장의 핵심은 타이밍과 신뢰인데 정부는 모두 놓쳐버렸다"며 "최종부도 처리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자본시장이 급속히 경색돼 신용위기가 치닫는데도 추 부총리는 강원도의 위기는 강원도가 대응해야 한다며 뒷짐만 지고 2주 넘게 허송세월 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협치 파괴'로 규정하며 맹폭했다. 그는 "어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헌정사에 남을 자기부정의 극치였다"며 "협치와 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끝내 걷어찼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예산편성안에 대해서도 "곳곳에 빨간불이 들어온 경제 상황과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벼랑 끝까지 몰린 민생에 대한 고민은 전무했다"며 "초부자감세로 세수 부족을 만들어놓고 재정건정성을 들먹이며 시급한 민생 예산을 칼질하는 모순도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60조원에 달하는 초부자감세와 1조원이 넘는 대통령실 이전 예산을 반드시 막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 청년 일자리 창출 예산 ▲중소기업, 소상공인 예산 ▲지역경제 회생 예산 ▲공공주택 확충 예산 등을 언급하며 민생 예산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후 워크숍을 열고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민생 중심 예산 기조를 수립하기 위한 예결위 운영 방안과 실천 계획을 토론을 거쳐 세우겠단 방침이다.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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