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거진 천연가스 대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가스관 시설이 부족해 수송이 어려워지자 가스가 오갈 데 없어지면서 빚어진 일이다.
25일(현지시간)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 퍼미언분지 천연가스의 다음날 인도 가격이 백만BTU당 -2.25달러까지 떨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가스를 생산한 업체가 구매자에게 돈을 주는 상황인 셈이다.
미국 최대 유전 지대인 퍼미언분지의 생산이 가스관 수송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한 것이 원인이라고 FT는 전했다. 천연가스는 석유를 생산할 때 부산물로 생산된다. 업계 분석가인 스티븐 쇼크는 FT에 "생산량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있다"며 "웃돈을 줘야 생산자들이 천연가스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1월 말까지 천연가스 생산량이 210억㎥다. 이는 전년보다 9% 늘어난 수치다.
미국 주요 가스 수출항만 가운데 하나인 텍사스주 연안의 프리포트 액화석유가스(LNG) 터미널에서 지난 6월 발생한 화재로 여전히 가동이 중단된 것이 생산된 가스를 처리하는데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걸프만익스프레스와 엘파소 천연가스관이 유지보수 작업에 들어간 점도 천연가스 처리에 악영향을 끼쳤다. 가스 현물 가격이 '제로(0)' 밑으로 내려간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31번, 9번 발생했다고 FT는 전했다.
선물 가격은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직격탄을 받은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 24일 MWh당 100유로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 시작했던 지난 6월 중순 이후 최저치다.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가 예고된 올해 겨울 예보와 함께 유럽 각국의 가스 재고가 늘어난 덕분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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