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향후 물가 수준을 예측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개월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공공요금이 오르고 국제유가가 재반등하며 고물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25일 한국은행은 '10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발표하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3%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8월과 9월 각각 4.3%, 4.2%로 하락했다. 정부가 10월이면 물가가 정점에 다다를 것이라고 전망했고, 국제유가도 다소 하락하며 물가가 꺾일 것이란 예측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등이 고물가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희진 한국은행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5%대로 높은데다 10월 전기 및 가스 등 공공요금이 인상됐고, 원유 감산 합의 소식도 있었다"며 "미국 금리 및 환율 상승 등 대외요인도 심리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물가에 대한 체감상승률인 '물가인식'도 5.2%로 전월대비 0.1%포인트 상승해 역대 가장 높았다.
고물가 국면에 경기둔화 움직임이 겹치다보니 소비자들은 향후 경기를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10월 소비자심리자수(CCSI)는 88.8로 전월(91.4)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앞서 두 달간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CCSI는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CCSI 세부지표들도 대부분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은 각각 83, 84로 전월보다 공히 2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수입전망'도 2포인트 떨어진 94를 기록했다. '현재경기판단'은 47로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고, '향후경기전망'도 6포인트 내려간 56을 기록했다. '소비지출전망'은 유일하게 1포인트 오른 110을 기록했다.
1년후 집값 등락 여부를 전망하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대비 3포인트 하락한 64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역대 최저 수준이다. 아파트매매가격이 떨어지며 매수심리가 위축된데다가 시장금리도 올랐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2월 97을 기록하며 2020년 5월(96) 이후 처음으로 100 이하로 내려간 바 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50으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6개월 후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본 응답이 하락 응답보다 많으면 100을 넘는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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