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커스M] 어린이·노약자에겐 무거운 방화문…불나면 대형 사고 우려
입력 2022-10-24 19:02  | 수정 2022-10-24 19:40
【 앵커멘트 】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안전한 대피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방화문입니다.
그런데 방화문이 잘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측정해보니 규정보다 더 열기 어렵고 무거운 방화문이 수두룩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포커스M 민경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한 빌딩의 계단실로 연결되는 방화문입니다.

방화문엔 자동폐쇄장치가 달려 있어 늘 문이 닫혀 있고, 대피를 하려면 이 문을 열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손쉽게 문이 열려야 하기 때문에 방화문을 열 때 필요한 힘은 60N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까지 있습니다.


실제로 어떨지 직접 측정해 봤습니다.

▶ 스탠딩 : 민경영 / 기자
- "약 112N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는데요. 기준치인 60N을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서울 시내 다른 신축 빌딩들의 방화문도 60N을 넘기는 것은 마찬가지.

한 곳에서는 기준치의 2.3배에 달하는 137N도 나왔습니다.

137N이면 14킬로그램 짜리 물건을 들어올릴 때 느껴지는 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인 남성이 사용하는 묵직한 아령 무게 정도인데, 실제 상황에서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이택구 /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화재 시 계단실로 피난해야 하는데 (방화)문의 폐쇄력이 너무 강해서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문을 열기가 어렵죠."

그런데 방화문을 일부러 열기 어렵게 만든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방화문 안쪽 공간에 설치하는 급기 댐퍼 때문입니다.

급기 댐퍼는 화재 상황에서 바람을 불어넣어 연기가 퍼지는 걸 막는 장치인데, 급기 댐퍼의 바람 세기가 최대치에 가깝게 설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불이 났을 때 급기 댐퍼에서 아주 센 바람이 나와 방화문이 잘 닫히지 않을 수도 있어 아예 방화문을 묵직하게 만든 겁니다.

바람 세기를 낮추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대부분 급기 댐퍼가 잘 작동하지 않을까봐 최대치로 설정합니다.

▶ 인터뷰(☎) : 소방시설 제작업체 관계자
- "현장에서는 많잖아요. 특수한 변수들이…(시험에서)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풍량을 공급하고 최대치로 설계해요. 할 수 있는 최대치로요."

소방당국이 실제 상황에서 급기댐퍼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방화문 역시 이에 맞춰 설계가 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민경영입니다.[business@mbn.co.kr]

영상취재 :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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