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호황기에 남발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서가 하락기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우량한 사업장들도 빚을 떠안게 될 판이고 중소형 사업장들은 착공 자체가 좌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디벨로퍼 관계자)
부동산 경기 위축에 전국적으로 미분양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도 주택시장 안정화를 꾀하고 건설업계 긴장감을 해소하고자 5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를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감한 대출 한도 및 세제 재정비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분양 방지를 위한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부동산 하락장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부동산 PF 순환이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자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채권안정펀드 20조원, 정책금융기관채권매입 16조원, 증권사 지원금 3조원 등 50조원 이상의 자금이 풀릴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722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만7710가구)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방권(1만6201가구→2만7710가구)은 물론이고, 수도권(1509가구→5012가구)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증가했다. 지난 2019년 12월 이후 32개월 만에 최고치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7330가구에 달했다.
한국걸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013년 말 35조2000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났다고 산출했다. 한국신용평가(KIS)도 지난 6월 말 KIS투자등급을 보유한 대형 건설사 20곳의 부동산 PF 보증 규모를 18조원으로 파악했다. 지난 2018년 말(12조원)과 비교해 대폭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매매시장 냉각 등 부정적인 시장 흐름에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건설사가 PF 보증을 서 준 사업지의 58%가 미착공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에서는 앞으로 건설사들이 사업성 악화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PF 애로 해소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및 한국주택금융공사(HF) 사업자보증지원을 10조원 규모로 증액하고 미분양 방지를 위한 규제 완화 등 PF시장 전반에 대한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매 제한 폐지, 대출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미분양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및 분양권전매제한 폐지와 아파트 임대사업자등록제를 시행해 거래 활성화를 장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시 취득·등록세를 감면하고, 1주택자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면 다주택자에서 제외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된다. 매입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세금 감액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8월 LTV 80% 상향과 생활안정자금 2억원 확대 등이 시행됐지만, DSR이 강화되면서 결국 더 높은 소득 수준이 요구된 셈이라 주택시장에 미친 효과는 미미했다. 과거에는 DSR 제도가 없어 추가 대출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추가 대출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주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건설사 줄도산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폐업한 건설사는 총 8곳이다. 이 가운데 매출액 500억원 이상 건설사도 3곳이나 됐다. 최근에는 충남지역의 우석건설까지 1차 부도를 냈다. 지난해 매출액 1200억원을 기록한 기대주였던 만큼 건설업계의 충격이 크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신뢰도 역시 떨어졌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건설사 부도와 관련한 공포 심리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공사 보증물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되지 않고 회사채 발행 환경 또한 여의치 않은 현실은 부정적"이라면서도 "대형 시공사 도산을 내다보는 것은 다소 앞서간 추측이고, 이미 주택 공사나 분양 경기와 관련해 건설사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악재는 올해 다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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