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금사정 급해진 2금융권…年8% 예금까지 내놨다
입력 2022-10-24 17:50  | 수정 2022-10-24 20:44
중앙은행의 긴축과 금융기관의 유동성 확보 경쟁으로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연 8% 정기예금까지 등장했다. 일부 저축은행에서 연 8% 정기예금을 내놨던 2009년 이후 근 13년 만이다. 다만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재무 상황도 따져보면서 가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제일새마을금고는 지난 21일부터 연 8.0%(6개월 가입 기준) 금리의 정기예금을 판매했다. 비대면으로도 가입할 수 있던 초반에는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연 8.05%로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연 6% 안팎인 저축은행 금융상품보다 높은 금리에 사람들 발길이 몰렸다. 이 금고는 2영업일 만인 24일 200억원 한도를 소진하고 특판을 마감했다.
저축은행에 비해 2%포인트 가까이 높은 '출혈' 수준의 예금금리가 나온 이유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신용경색 가능성이 대두되며 단기 유동성을 급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같은 상품의 가입기간별 금리를 보면 6개월 상품은 연 8.0%, 1년은 연 6.0%, 2년 4.0%, 3년 4.0%로 자금 수요가 단기에 집중된다.
실제로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유동성 비율이 낮아 당장 현금을 쌓아둬야 할 필요성이 클수록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제일새마을금고도 올 6월 기준 BIS 비율이 5.14%로 권장 기준 7%에 못 미친다. 금융기관 자체 체력이 좋지 않아 고객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셈이다. 통상 금융당국은 은행과 자산총액 1조원 이상 저축은행에는 BIS 비율 8%, 이 밖에 저축은행에는 7% 이상을 유지하도록 지도한다. 그 미만으로 떨어지면 경영 개선을 위한 적기시정조치를 내린다.
2금융권 내 비슷한 금융기관인 저축은행 7%에 비춰도 2%포인트 가까이 모자란 수치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이 대출금을 떼였을 때 고객 돈이 아닌 은행 돈으로 얼마나 메울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 감독 관할 기관이라 이 규제에서 일부 벗어나 있다.
행안부 고시 '새마을금고 감독 기준'에 따르면 BIS 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야 경영실태 자본적정성 평가에서 '4등급(취약)'을 받고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취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자기자본은 지역주민 출자금이 대부분"이라며 "새마을금고는 BIS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유동성 비율도 봐야 한다. 유동성 비율은 만기가 3개월 미만으로 남은 예금 등을 고객이 찾으려 할 때 같은 기간 내 충당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최소 100%를 넘어야 건전한 금융회사로 평가받는다. 부산제일새마을금고는 6월 기준 유동성 비율이 58.64%였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일시적인 이벤트로 유동성 비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금융소비자 사이에서는 높아지는 예금금리에 환호하면서도 10여 년 전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며 2금융권 예금을 불안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재테크 커뮤니티를 보면 주요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요주의 대출 현황, BIS 비율,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공유하며 바짝 경계하는 모습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되고 일반 금융기관과 특성이 달라 BIS 비율뿐 아니라 순자본비율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금융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지역 금고들의 건전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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