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 뛰어야 한다는 것.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는 김진수(전북 현대)의 각오다.
24일 '하나원큐 K리그 2022' 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만난 김진수는 "올 시즌은 정말 빡빡하게 많이 뛰었지만 남은 2경기에서 부상없이 승리하고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무려 리그 5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운 전북은 올 시즌 고전했다. 울산 현대와 승점 3점 차로 2위를 기록하며 아쉽게 리그 6연패를 놓쳤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부차기 혈전 끝에 우라와 레즈(일본)에 4강전에서 패했다. 흔들리는 와중에도 전북을 지탱한 김진수는 이청용(울산), 김대원(강원), 신진호(포항)과 함께 K리그 MVP 후보에 오르며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아무래도 울산이 우승을 했기에 청용이형이 MVP를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 김진수는 "그래도 풀백을 보는 수비수가 MVP 후보로 올라온 일이 적기에 감독님들과 선수들, 기자분들 어떻게 투표했는지 모르지만 욕심은 난다"며 웃었다.
MVP보다 욕심나는 것은 우승컵이다. 아직 FC서울과 치르는 FA컵 결승이 남아있는 만큼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리그와 아챔에서 아쉬움을 씻기 위해 꼭 우승컵 하나는 들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김진수는 "30초만 버티면 결승에 나갈 수 있었던 아챔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리그에서도 결국 3점차 마무리였던 만큼 제가 뛰지 못했던 울산 원정에서의 패배가 아쉽다"고 돌아본 뒤 "김상식 감독님이 선수 시절 리그 우승컵이 무려 12개인데 FA컵으로라도 하나 더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즌을 마치고 나면 쉴틈없이 곧바로 월드컵이다. 2014 브라질과 2018 러시아 모두 부상으로 낙마했던 김진수로서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과거의 부상은 추억으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다. 뛰든 못 뛰든 월드컵 가봐야한다는 선배들 말을 들으며 이번 월드컵은 부담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김진수지만 그래도 부상 얘기가 나오면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포르투갈 공격수 디오고 조타(리버풀)의 부상 얘기가 나오자 그는 "누가 다쳤다고 그러면 같이 축구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나한테는 잘 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잘 회복하길 바란다. 어차피 월드컵에서 막아야 할 선수는 한두명이 아니다. 발베르데 같은 선수도 잘 막아봐야 한다"고 웃었다.
그래도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가 가진 기대감의 원천이다. 김진수는 "그 전의 모습들과는 다르게 박스 안으로 들어가서 득점에 가담하는 경우도 많아져 선수로서 내가 가진 옵션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른쪽에 김태환, 이용, 김문환 등 누가 나오더라도 돌파 후 크로스가 올라오면 나도 가담해서 공격하라는 주문을 많이 해주셨고,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 김진수는 "수비수지만 주변에서 월드컵 골을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으니 기회가 오면 저도 상상은 해보고 있다. 상상은 자유니까"라고 밝혔다.
다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 김진수가 생각하는 올 시즌의 아쉬움이다. 김진수는 "4살짜리 딸이 꽤 말을 잘하는데 오랜만에 집에 갔더니 우리집에 왜 왔냐고 묻고, 훈련갈 때면 오늘 즐거웠다고 다음에 또 오라고 말하더라"며 "아내와 아이가 올해 희생을 많이 해준만큼 다치지 않고 월드컵 잘 다녀오는게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용익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