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동수인 경기도의회가 또 다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원 이후 한달 이상 파행 끝에 전국 17개 광역의회 가운데 가장 늦게 원구성을 마치더니, 경기도·경기도교육청 추경안 처리를 놓고 또 다시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여야에 정확히 절반씩의 표를 주며 '협치'의 정신을 기대했던 도민들은 여야가 현안마다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21일 임시회를 열 계획이었다. 경기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경기도교육청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였다.
하지만 앞서 열린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서 원포인트 임시회는 불발됐다.
여야는 네탓공방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합의로 속개된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20일 국민의힘 위원들의 일방적인 퇴장으로 파행됐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위원들이 밤 12시까지 국민의힘 위원들을 기다렸지만 국민의힘 위원들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을 탓했다.
또한 "터무니없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전출문제로 예산안 심의를 보이콧 했고, 힘겹게 속개된 예결위 심사에서도 어떤 원칙·논리도 없이 뭉텅이 예산삭감을 자행했다"며 "국민의힘은 김동연 지사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의 민생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뺑덕어미' 같은 심술만 잔뜩 부리고 있다"고도 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역공에 나섰다. 같은 날 반박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추경예산안은 지난 임시회에서 통합재정안정화 기금 전출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빚어 처리되지 못했고, 이번에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번 파행의 원인은 더불어민주당이 제공했다"고 공세를 폈다.
이들은 "계수조정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200억원을 꼼수 증액시키려하다가 우리 당 위원들이 지적하자 적반하장으로 반발하며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꼼수로 증액시킨 200억원을 국민의힘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교육예산 3400억원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도는 여야 정쟁에 2차 추경안 처리가 불발로 끝나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차 추경안이 한달 넘게 처리되지 않고 있어 민생과 도민 복지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번 추경안은 지역화폐 발행과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저신용, 저소득자 지원 등 긴급한 민생예산을 담고 있다. 보육료, 긴급복지 등 이미 국가에서 돈이 내려와 있는 국고보조사업 매칭 예산도 포함돼 있다"면서 "관련 사업이 중단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도의 재정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조기 처리를 촉구했다.
제11대 경기도의회 현황 [사진 제공 = 경기도의회]
일각에서는 여야 뿐 아니라 경기도의 위기 관리 능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선 8기 경기도가 출범할 때 이미 경기도의회가 여야 동수로 구성돼 고도의 정치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 경기도가 '협치의 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2차 추경안중 통합재정안정화기금 9000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안에 대해 경기도가 도의회에 충분한 설명을 못해 원포인트 임시회 개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김동연 지사가 버스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제안한 버스 업계 지원비인 유류비 예산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증액한 유류비 200억원에 대해서도 경기도가 민주당에만 설명을 했고 국민의힘에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앞서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천명한 민생안전과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9000억원을 포함해 1조 346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편성했다. 경기도교육청은 5조62억원을 증액 편성해 1차 추경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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