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지난달 실시된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훈련 당시 중국 해군 정보함이 근처 해역에 나타나 훈련에 차질이 생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이 '엠바고(보도유예)'를 무시하고 SNS를 통해 훈련 해역 정보를 사전 공개한 것이 결과적으로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해군 정보함은 한·미·일 해군이 지난달 30일 대잠훈련을 펼친 동해 공해상 훈련 지역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훈련에서는 미 핵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호(SSN-760)가 참여해 '모의 북한 잠수함'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훈련은 한·미·일 함정들이 아나폴리스호를 추적·탐지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짜여졌다. 그러나 인근 해역에 중국측 정보함이 나타나면서 결국 일부 훈련 일정이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 정보함은 한·미·일 훈련 관련 상황을 살피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해당 수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예인 소나(TAS)' 등을 활용해 아나폴리스함의 '음문(소리와 진동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파장)' 수집에 나섰을 개연성도 있다. 음문은 사람의 '지문'처럼 잠수함의 종류를 특정할 수 있는 중요 군사기밀 사항이다.
통상 잠수함의 음문을 녹음하기 위해서는 최소 훈련해역 5km 이내까지 접근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중국 정보함은 한·미·일 훈련 전력과 5km보다는 훨씬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바다 속 특성상 아나폴리스호와 관련한 정보 보안이 완전히 담보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미군은 민감한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관련 군사보안을 완벽히 유지하기 유지하기 위해 훈련 내용을 바꿨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안정적 훈련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기자단과 군당국이 보도유예를 합의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며 훈련 해역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훈련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일 대잠훈련 관련 내용을 공개하며 "독도에서 불과 150여㎞ 떨어진 곳"이라고 훈련 해역을 공개했다. 이 훈련은 독도에서 동쪽으로 약 185km 떨어진 공해상에서 실시됐다. 다소 간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안 의원이 사전 공개한 해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실제로 훈련이 진행됐던 셈이다.
이에 대해 군 소식통은 "한·미·일 훈련 자체에 대한 입장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민감한 훈련 관련 사항을 사전에 공개하는 게 무슨 이익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꼬집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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