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더티밤' 사용 준비"…서방 "확전 위한 핑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더티밤(dirty bomb)'을 사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서방 진영은 러시아의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 간 연쇄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통제되지 않는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분쟁지에 더티밤을 쓸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을 강조하는 서방 세계를 향해 러시아 정부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방사능 물질이 탑재된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쇼이구 장관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더티밤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쇼이구 장관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긴장 고조를 위한 구실로 이 같은 혐의를 이용하는 그 어떤 시도도 간파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이 그러한 주장이 분쟁 확대를 위한 핑계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만약 러시아가 전화에서 우크라이나가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면 이는 오직 한 가지를 의미한다"며 "러시아는 이미 그것을 준비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우리는 더티밤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떤 것도 획득할 계획도 없다"며 "러시아인들은 종종 자신들이 계획한 것을 들이대면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한다"고 비판했다.
[김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