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수서차량기지 인근을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지역처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한다.오 시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철도 상부에 인공 지반을 조성해 단절된 주변을 연결하고 일대를 복합 개발한 리브고슈 똘비악·마세나 지구를 방문했다. 그는 철도 상부를 덮어 만든 '데크' 위를 시찰한 후 "서울에도 철도 차량기지가 꽤 여러개 된다"며 "지금은 거기가 주민들이 굉장히 원치 않는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봤다시피 (리브고슈는) 소음도, 진동도 없고 주변 지역의 토지 이용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며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쾌적하다. 주거나 업무 공간 등 어떤 용도로 쓰더라도 부족함이 없고 단절된 동서남북 간 연결 기능도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이제 돌아가서 오늘 본 공간의 이같은 변화를 (서울) 어디에 적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으로 맞을지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서차량기지 인근을 언급했다. 그는 "아직 결정된 건 아니고 좀 더 신중하고 깊이 있게 검토해보겠다"면서도 "아마 서울시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곳 중에 대표적인 곳이 수서 정도가 되지 않을까"라고 거론했다. 서울시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서고속철도(SRT)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등이 있어 서울의 동남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수서지역의 중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수서차량기지의 입체복합개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오 시장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1994년 조성된 수서차량기지는 20만 7904㎡규모다.
서울 내 다른 차량기지 역시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에는 수서차량기지 말고도 시가 관리하는 7개 철도차량기지와 코레일에서 관리하는 6개 철도차량기지가 존재한다. 이들은 도심 내 대표적인 저이용부지로 꼽힌다.
파리시의 리브고슈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과 비슷한 측면도 많다. 공업지역이었던 리브고슈는 1960년대부터 발전하는 산업구조를 따라가지 못해 낡고 노후된 공장과 창고가 즐비한 대표적인 낙후 지역으로 인식됐다. 파리시는 이에 1990년대부터 리브고슈 일대 철도 상부를 덮어 상업·주거·교육·녹지 등으로 복합 개발하는 대규모 도심 재개발을 시행했다.
파리시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건물의 고도제한을 37m에서 137m로 완화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울시는 높이 규제 등을 완화해 서울을 '녹지생태도심'으로 재창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날 녹지생태도심 선도사업 장소인 종묘~퇴계로 일대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먼저 서울시는 소규모 구역으로 잘게 쪼개져 있는 종묘~퇴계로 일대 사업을 적정규모 단위로 묶어 개발하는 '통합형 정비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시 개방형 녹지는 대지면적의 35% 이상 조성하고, 중앙부 공원 등에 녹지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최대 녹지공간을 50% 이상 확보해 서울 시내 쾌적한 녹색공간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개방형 녹지 조성할 때 의무녹지비율을 초과할 경우 높이와 용적률 혜택을 추가로 더 주기로 했다. 특히 을지로 주변은 도심기능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용도지역 상향 등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구역 통합에 따른 개발규모 등을 고려해 공공기여 순부담률을 10% 이상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용도지역 상향 시에는 순부담률을 20% 이상으로 해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을 확보하게끔 할 방침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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