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들, 피부색·외모 자신과 닮길 바라 흑인 정자 찾는다
100명 중 흑인 기증자는 단 3명
"젊은 흑인 남성들, 가정 등한시했던 아버지 세대 경험해 거부감 느껴"
100명 중 흑인 기증자는 단 3명
"젊은 흑인 남성들, 가정 등한시했던 아버지 세대 경험해 거부감 느껴"
미국 정자은행에서는 흑인 남성 기증자가 부족해 흑인 여성들의 임신 선택권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정자은행을 이용하는 흑인 여성 수는 최근 급증하는 반면, 남성 기증자 중 흑인의 비율은 2%에 불과합니다. 이에 피부색이나 외모가 자신과 닮길 바라면서 혼혈을 향한 사회적 차별을 피하기 위해 같은 인종의 정자를 찾은 흑인 여성들은 흑인 남성의 정자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입니다.
WP는 미 정자은행 중 유일하게 비영리 기관인 캘리포니아 정자은행의 홈페이지에서 100명의 기증자 중 흑인 남성은 단 3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마저도 2명은 태아에 선천성 기형 유발이 가능한 '거대세포바이러스(CMV)' 보균자였습니다. 하지만 정자은행에 오는 전화 문의 중 약 20%는 흑인 여성입니다. 캘리포니아 정자은행의 케냐 캠프벨은 "출산 보험 혜택의 확대, 흑인 여성 사이의 미혼과 동성 커플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WP는 이렇게 흑인 남성의 정자 기증 비율이 낮은 이유를 먼저 '기증자 조건'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미 정자은행은 기증자 조건으로 3세대에 걸친 병력 확인을 요구하고 범죄 사실이 있다면 자격을 불허합니다. 평균 소득이 낮고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흑인 남성들은 정자를 기증하기 어려운 겁니다. 또 정자 기증에 대한 미 흑인사회의 인식도 기증 비율이 낮은 데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흑인 여성의 불임 문제를 돕는 비영리기관의 관계자는 "지금의 젊은 흑인 남성들은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아버지 세대를 경험했다"며 "이들은 정자를 기증해 아이를 낳는 게 아버지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여겨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선택권이 제한된 흑인 여성들은 틴더(Tinder)나 범블(Bumble) 등 이성 만남 앱을 통해 기증자를 찾고 있습니다. 여성 동성애자인 레즐리 픽클링은 앱을 통해 기증자를 찾아 지난해 10월 딸을 낳았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남성이 정자 기증을 약속하며 문서로 증명한 거라곤 성병 검사에서 ‘음성이라는 결과뿐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듯 미국 사회에선 흑인 남성의 정자 기증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캠프벨은 "동성애자의 정자 기증을 금지한 미 식품의약국(FDA) 규정 같은 장벽들을 허물어야 흑인 기증자를 늘릴 수 있다"며 "흑인 남성들을 향한 적극적인 정자 기증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희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ango1998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