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후단체 활동가들이 프랑스 출신 인상주의 거장 클로드 모네(1840∼1926년)의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지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유럽의 환경 운동가들은 화석연료 사용에 반대하며 명화에 음식물을 투척하는 시위를 각국에서 벌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의 환경 운동가 2명은 이날 주황색 조끼를 입고 포츠담 바르베리니 박물관에 전시된 모네의 명화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졌다.
이 활동가들은 이후 그림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미술관 벽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고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단체는 트위터에 시위 장면을 올리면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기억하는데 그림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림 위에 으깬 감자를 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바르베리니 박물관은 유리 액자 덕분에 그림이 훼손되진 않았고, 오는 26일부터 다시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장은 성명에서 "기후 위기에 직면한 환경 운동가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주장에 무게를 실으려고 동원한 수단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모네의 건초더미는 독일의 억만장자인 하소 플래트너의 소장품 중 하나로 바르베리니 미술관에서 영구 대여 중이다. 이 그림은 지난 2019년 경매에서 당시 모네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높은 금액이었던 1억1100만 달러(약 1596억원)에 낙찰됐다.
경찰은 재산침해와 무단침입 등 혐의로 활동가들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최근 각국에서는 기후 활동가들이 세계적 명화에 음식물을 뿌리거나 접착제로 손을 붙이는 등 시위를 벌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영국의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소속 2명은 지난 14일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끼얹었다. 이 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7월 영국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과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그림 테두리에 접착제로 손바닥을 붙이는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영국의 환경단체 '멸종저항' 회원들은 지난 9일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에 순간접착제를 바른 자신들의 손을 붙이기도 했다.
그림들은 액자 덕에 훼손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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