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부터 롯데리아 롯데백화점까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들이 최근 직원들의 유니폼을 확 다 바꾸고 있다. 디자인은 각각 다르지만,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유니폼이란 점이 공통점이다. 지난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선포식을 가진 롯데가 펼치는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21일부터 고객 접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유니폼을 새롭게 선보였다. 15개 직군 1만1000여명의 직원들은 순차적으로 새 유니폼을 받게 된다.
롯데백화점은 여러 차례의 품평회 등을 거쳐 약 4년만에 직원들의 유니폼을 바꿨다.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걸린 시간만 1년이 걸릴 정도로 롯데백화점 내부적으로 공을 들였다.
롯데GRS가 운영 중인 롯데리아, 크리스피크림도넛도 최근 직원들이 입는 유니폼을 변경했다. 커피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의 경우 바리스타가 입는 앞치마를 새롭게 바꿨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영업직군의 모든 직원에게 새로운 유니폼을 1인당 2장씩 지급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들이 앞다퉈 바꾼 유니폼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이다. 디자인과 색감은 제각각이지만,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소재로 만든 것이 공통점이다.
롯데백화점 직원이 새 유니폼을 입고 고객 응대를 하는 모습 [사진 =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측은 "4년만에 바꾼 유니폼 2만여벌은 약 16만개에 달하는 페트병을 사용해 만들었다"며 "이같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서 기존 원단보다 더 견고하고 기능적으로 우수한 옷들 만들었다"고 강조했다.롯데GRS는 롯데케미칼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에 동참,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유니폼을 제작했다. 롯데리아와 크리스피크림도넛 직영점 직원들이 현재 입은 유니폼 1벌당 페트병(500mℓ) 약 20개가 재활용됐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한 유니폼을 직원들에게 나눠줬고, 엔제리너스는 친환경 유니폼 제작을 위해 롯데케미칼, 효성티앤씨와 손잡았다.
롯데 유통 기업들이 앞다퉈 유니폼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중요성에 대해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제작하는 유니폼은 일반 유니폼에 비해 약 10% 가량 제작비가 더 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 재활용 및 환경 보호를 위해 과감히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이미 유통 계열사 뿐 아니라 롯데케미칼 등 전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강조 사항이어서다.
신 회장은 지난해 7월 1일 각 계열사 대표이사 및 기획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회의 내내 ESG 경영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ESG는 기업 생존과 사업 성패를 결정 짓는 핵심 사항"이라며 단순히 규제에 대응하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롯데는 전 상장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하는 등 ESG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좀처럼 SNS 활동을 하지 않은 신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명품 매장을 찾았다가 운동화에 모피 코트를 입은 사진이 공개돼 주목을 크게 받기도 했다. 신 회장이 신은 신발이 다름 아니라 친환경 스니커즈란 점에서 부각됐던 것.
당시 신 회장이 신은 9만7000원짜리 운동화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렸고 롯데 유통 계열사에서는 팝업 매장을 열어 판매하는 등 친환경 마케팅을 펼쳤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CEO부터 전 임직원까지 모든 의사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꿔가는 중"이라며 "그러면서 계열사별로 더 적극 친환경 행보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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