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재명·유동규…참을 수 없는 의리의 가벼움 [핫이슈]
입력 2022-10-24 09:50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0.21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훈훈한 의리는 없었다.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하지만 유씨가 이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불법 대선 자금' 8억 4700만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하면서 이들의 신뢰는 산산조각났다. 서로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할퀴기 시작했다.
유씨는 이대표의 "사탕하나 받은것 없다"는 기자회견에 대해 "굉장히 재미있어라"며 빈정댔다. 또 "의리? 그런데 이세계는 그런게 없더라. 내가 착각속에 살았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불법 대선자금 수수와 관련해 "이 대표가 모를리가 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나를 엮어넣으려는 검찰과 책임을 경감하려는 유동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맞섰다.
하나인 진실을 놓고 서로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표와 유씨의 인연은 엉뚱하게도 '아파트 리모델링'에서 시작됐다. 유씨는 2008년 분당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을 맡고 있었고 이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출마하자 지지성명을 발표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유씨는 성공가도를 달리게 됐다. 2010년 시장직 인수위원회 간사,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장 직무대행까지 승승장구했다. '측근'이라고 부르는게 하등 이상할게 없는 관계였다.

하지만 사태가 불리해지자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해 10월 유씨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되자 이대표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측근 아니냐'는 질문에 측근임을 부인했다.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며 선을 그었다. 게다가 "부정한 일을 하는 줄 알았으면 내쳤을 것"이라는 매정한 말도 했다. 유씨는 "하나도 서운하지않다"고 했지만 매우 서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씨는 지난 1년간의 재판과정에서 윗선 개입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않았다.
그런 유씨가 진술 태도를 바꾼 것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이대표가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고 한 것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를 비롯해 10년 지기인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강한 배신감이 심경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형량을 덜기 위해 김 부원장과 관련해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구속된 김부원장에 대해 2020년 "제 분신과 같은 사람이어서 앞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낼 아주 유용한 재목"이라고 치켜세웠다. 만약 분신이자 측근인 김 부원장의 혐의가 입증된다면 이 대표는 어떤 말을 할까. 이 대표와 김부원장의 의리는 지켜질 수 있을까.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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