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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어둡다는데…외국인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1.7조 담은 이유
입력 2022-10-23 07:02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삼성전자를 9198억원, SK하이닉스를 8296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득세하는 가운데 최근 4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조7000억원 가량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대형 반도체주를 갑자기 사들이는 데 대해 해석도 분분하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부터 빌린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하는, 일시적 숏커버링에 불과하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5만3100원에서 5만5900원으로 5.27%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8.90%나 올랐다. 이는 코스피 수익률 2.67%를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 반도체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시장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연초부터 지난 9월말까지 코스피가 2900선에서 2150선까지 27.6% 하락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32.2%, SK하이닉스는 36.6% 하락했다. 약세장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란 일반적 기대와 달리 시장 평균보다 더 많이 하락했고 최근 들어서는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9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지난 20일 하루 37억원의 순매도를 보인 뒤 21일에는 재차 191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수금액은 2조4389억원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는 데 쓰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9198억원, SK하이닉스를 8296억원 순매수했다. 전체 순매수금액의 71.7%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을 사는 데 쓰인 셈이다.
외국인은 지난 한해 동안 삼성전자를 17조9784억원이나 팔아치웠다. 또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 말까지 10조2112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동안 꾸준히 삼성전자를 매도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단순한 숏커버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증시안정펀드 투입, 공매도 금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내 증시의 바닥 진입에 대한 낙관적 시각이 나오자 공매도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상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식 반등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과 상관 없는 일시적 흐름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숫자를 보면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는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달 말 5772억원이던 공매도 잔고는 지난 18일 6290억원으로 518억원 증가했다. 공매도 선행지표격인 대차잔고도 같은 기간 1억1122만주에서 지난 20일 1억3046만주로 늘었다.
삼성전자의 저가 매력이 높아졌다는 점을 외국인의 매수 전환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현재 시가총액은 333조7108억원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자본총계 327조9066억원과 거의 비슷하다. SK하이닉스는 자본총계가 66조7602억원, 시가총액이 65조8842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부근, SK하이닉스는 1배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장 이 회사를 청산하더라도 본전은 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달러로 환산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은 더 떨어진 상황이다.
반면 국내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대형 반도체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주의 주가는 업황과 시장의 흐름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 두 변수 모두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 리스크가 아직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향후 3~9개월 동안 반도체업체들의 투자축소와 감산 등의 재고 축소로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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