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주요 공직 임명권 박탈
2년 전 폐지됐던 이중국적자의 공직 취임 금지 조항도 담겨
2년 전 폐지됐던 이중국적자의 공직 취임 금지 조항도 담겨
국가 부도 사태를 겪고 있는 스리랑카가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오늘(현지 시각) 뉴스퍼스트 등 스리랑카 매체에 따르면 스리랑카 의회는 어제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경찰 등 주요 공직, 법관, 중앙은행장 등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 박탈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으며 2년 전 폐지됐던 이중 국적자의 공직 취임 금지 조항도 담겼습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경제를 망가뜨린 '주범'으로 지목된 바실 라자팍사 전 재무부 장관이 이중 국적자였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석됩니다.
하지만 야당 의원인 M.A. 수만티란은 이번 조치는 사람들에 대한 눈속임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야권은 대통령 권한을 더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체제를 운용해왔습니다. 총리가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지만, 대통령이 총리 등 정부 요직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등 권력이 막강했습니다.
대통령 권한은 2015년 헌법 개정 때 축소됐지만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9년 다시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경제난에 빠지게 된 스리랑카에서는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경제난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했다가 지난 9월 귀국했을 때 미국에 영주권을 신청한 상태라는 점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의 붕괴로 최악의 경제난에 빠지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조 9,000억 원을 지원 받게 되었고 현재 스리랑카의 대외부채 규모는 510억 달러(약 73조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채권국은 중국, 일본, 인도 등이며 280억 달러(약 40조 1,000억 원)는 2027년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대외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정부가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쳐 나라가 더욱더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나친 감세, 농약·비료 전면 금지 조치를 둘러싼 혼선, 뒤늦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요청 등이 대표적인 실책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결국 스리랑카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생필품 부족난이 심각해졌고 주유소에는 기름을 구하려는 줄이 길게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물가는 폭등했고 발전소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곳곳에 정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리랑카는 5월부터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대통령 권한 축소 작업은 7월 출범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정부에 의해 진행됐습니다. 위크레메싱게는 총리로 재직하다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사임 후 국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ldustn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