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제 대회 출전 선수에게 귀국 보장 담보물 명령"
인권 단체 "이란 정부의 말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돼"
인권 단체 "이란 정부의 말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돼"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출전했던 이란 대표팀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가택 연금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어제(현지 시각) BBC 방송은 히잡 미착용 논란 이후 이란으로 돌아온 레카비가 이란올림픽위원회 빌딩에 사복 요원의 감시를 받는 상태로 구금됐으며, 지금은 가택연금 상태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란 당국은 레카비가 휴식을 위해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레카비가 귀국 직후 인터뷰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 역시 가족의 집을 빼앗겠다는 당국의 협박에 못 이겨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레카비가 서울로 떠나기 전 3만 5,000달러의 수표와 가족 재산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한 위임장을 당국에 위임해야 했다며 당국은 레카비가 사과하지 않으면 가족의 재산을 빼앗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습니다. 매체는 이란은 종종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선수들에게 귀국 보장을 위해 담보물을 남길 것을 명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9일(현지 시각) 이란 국민의 환영을 받으며 귀국했던 레카비는 이란 국영 방송 취재진이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선 이유에 대해 묻자 "신발을 신고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해 히잡을 쓰는 것을 잊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는 트위터 성명을 통해 "레카비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인권 단체 및 모든 이란 선수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이란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그들은 반대 세력을 구금하고 불구로 만들거나 죽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레카비는 10∼16일 서울 한강공원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로 출전했으며 일각에서는 레카비가 이란 내 '히잡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후 외신들은 레카비가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이후 연락이 끊겼으며,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상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19일 테헤란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레카비는 다음날 스포츠 장관 면담 시에도 입국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나와 그가 귀국 후에도 집에 가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3일 마흐사 아미니(22)라는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갑자기 사망하자 이후 저항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ldustn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