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줄 새는 車보험금 (上) ◆
2021년 9월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A씨는 올해 6월에야 합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차량 수리비는 30만원에 불과했지만, 30대 피해자는 사고 직후 8일간 입원하고 올해까지 총 150차례 통원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의원 진단명은 경·요추염좌. 상해급수 12급으로 경상이었는데 총 치료비가 1070만원에 달한다. 피해자는 한의원 방문 당일 침술, 부항, 약침, 추나요법, 온랭경락요법, 구술(뜸), 한방파스, 경근간섭저주파요법까지 '8종 세트 진료'를 받았고, 첩약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빼먹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살짝 부딪치는 수준의 자동차 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경상환자의 진료비를 부풀리는 수법이다. 차 수리비와 치료비, 합의금을 합쳐도 200만원이 넘지 않는 작은 사고가 치료비와 합의금만 최고 1400만원이 넘는 큰 사고로 바뀐다. 코로나19 기간 환자가 줄어들면서 일부 한방병원이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과잉 진료를 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18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A보험사 경상환자 보험금 지급 자료를 보면 올해 보험금 지급 상위 100곳이 모두 한방병원이었다. 최근 코로나19 기간 3년 동안 치료비가 급증한 상위 20개 병원이 모두 한방병원이었는데, 2020년 대비 진료비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곳도 있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환자가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올해 경상치료비 상위 5개 병원은 지난 8월까지 경상환자 치료비로만 6억~9억원대 수입을 올렸다. 연간 진료비를 환산해 보면 9억~14억원 수준이다. 이들이 받아간 전체 보험금 중 85~88%가 경상환자 치료비였다. 이는 특정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개별 한방병원만 집계한 수치다. 올해 가장 많은 보험금을 받아간 P한방병원은 8월까지 경상환자 진료비가 9억6100만원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이 병원은 올해 진료비 총 14억4200만원을 차보험에서 받아간 것으로 보인다.
상위 리스트 한방병원과 한의원은 서울, 안산, 전주, 김해, 진해 등 전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다. 보험금이 많이 지급됐다고 해서 모두 과잉 진료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모로 수상쩍은 점이 통계로 확인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0년 교통사고 경상환자(12~14등급)는 5.5% 늘었는데, 지급 보험금은 43.1%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더 많이 다친 환자(1~11등급)도 5.2% 늘었지만, 지급 보험금 증가는 13.3%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 교통사고가 줄었음에도 A보험사에서 일부 한방병원에 지급한 경상환자 치료비는 50~115%까지 늘었다.
이들이 받은 진료비는 고스란히 일반 가입자의 자동차보험료에 전가됐다. 개인자동차 평균 보험료는 2017년 65만7000원에서 2019년 63만3000원으로 떨어졌다가, 2020년부터 계속 증가해 올해 72만3000원으로 올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한방병원과 피해자의 도덕적 해이 비용을 사고를 내지 않은 모범 운전자들이 벌충해주는 셈"이라며 "실손보험 적자 주범이 백내장 과잉 수술이라면, 차보험료 인상 주범은 과잉 한방진료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상환자들은 대개 염좌나 타박상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데 첩약과 약침, 추나요법 등이 과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차보험 한방 진료비 중 첩약이 20%를 차지했고 추나요법은 11%, 약침은 9.5%, 한방 물리물리요법이 3.6%였다.
국회와 업계에서는 한방병원 과잉 진료가 급증한 것이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맡은 2013년부터라며 전문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첩약과 약침 같은 한방 비급여 항목 기준이 양방에 비해 간소하게 구성돼 있다 보니 진료비를 부풀리기가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침은 회당 수가만 규정돼 있을 뿐 시술 부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한의사가 임의로 처방할 수 있다. 반면 양방 약제는 수가 기준에 약제명이 세분화돼 있고, 용량 기준 등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어 치료비를 더 받기가 쉽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방병원들이 피해자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면서 경상환자 합의에 529일이 걸리고 154일간 통원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면서 "한방 진료도 양방처럼 명확하게 기준을 정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면 과잉 진료를 억제할 수 있고, 자동차보험료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찬옥 기자 / 이종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년 9월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A씨는 올해 6월에야 합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차량 수리비는 30만원에 불과했지만, 30대 피해자는 사고 직후 8일간 입원하고 올해까지 총 150차례 통원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의원 진단명은 경·요추염좌. 상해급수 12급으로 경상이었는데 총 치료비가 1070만원에 달한다. 피해자는 한의원 방문 당일 침술, 부항, 약침, 추나요법, 온랭경락요법, 구술(뜸), 한방파스, 경근간섭저주파요법까지 '8종 세트 진료'를 받았고, 첩약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빼먹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살짝 부딪치는 수준의 자동차 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경상환자의 진료비를 부풀리는 수법이다. 차 수리비와 치료비, 합의금을 합쳐도 200만원이 넘지 않는 작은 사고가 치료비와 합의금만 최고 1400만원이 넘는 큰 사고로 바뀐다. 코로나19 기간 환자가 줄어들면서 일부 한방병원이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과잉 진료를 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18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A보험사 경상환자 보험금 지급 자료를 보면 올해 보험금 지급 상위 100곳이 모두 한방병원이었다. 최근 코로나19 기간 3년 동안 치료비가 급증한 상위 20개 병원이 모두 한방병원이었는데, 2020년 대비 진료비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곳도 있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환자가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올해 경상치료비 상위 5개 병원은 지난 8월까지 경상환자 치료비로만 6억~9억원대 수입을 올렸다. 연간 진료비를 환산해 보면 9억~14억원 수준이다. 이들이 받아간 전체 보험금 중 85~88%가 경상환자 치료비였다. 이는 특정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개별 한방병원만 집계한 수치다. 올해 가장 많은 보험금을 받아간 P한방병원은 8월까지 경상환자 진료비가 9억6100만원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이 병원은 올해 진료비 총 14억4200만원을 차보험에서 받아간 것으로 보인다.
상위 리스트 한방병원과 한의원은 서울, 안산, 전주, 김해, 진해 등 전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다. 보험금이 많이 지급됐다고 해서 모두 과잉 진료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모로 수상쩍은 점이 통계로 확인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0년 교통사고 경상환자(12~14등급)는 5.5% 늘었는데, 지급 보험금은 43.1%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더 많이 다친 환자(1~11등급)도 5.2% 늘었지만, 지급 보험금 증가는 13.3%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 교통사고가 줄었음에도 A보험사에서 일부 한방병원에 지급한 경상환자 치료비는 50~115%까지 늘었다.
이들이 받은 진료비는 고스란히 일반 가입자의 자동차보험료에 전가됐다. 개인자동차 평균 보험료는 2017년 65만7000원에서 2019년 63만3000원으로 떨어졌다가, 2020년부터 계속 증가해 올해 72만3000원으로 올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한방병원과 피해자의 도덕적 해이 비용을 사고를 내지 않은 모범 운전자들이 벌충해주는 셈"이라며 "실손보험 적자 주범이 백내장 과잉 수술이라면, 차보험료 인상 주범은 과잉 한방진료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상환자들은 대개 염좌나 타박상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데 첩약과 약침, 추나요법 등이 과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차보험 한방 진료비 중 첩약이 20%를 차지했고 추나요법은 11%, 약침은 9.5%, 한방 물리물리요법이 3.6%였다.
국회와 업계에서는 한방병원 과잉 진료가 급증한 것이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맡은 2013년부터라며 전문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첩약과 약침 같은 한방 비급여 항목 기준이 양방에 비해 간소하게 구성돼 있다 보니 진료비를 부풀리기가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침은 회당 수가만 규정돼 있을 뿐 시술 부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한의사가 임의로 처방할 수 있다. 반면 양방 약제는 수가 기준에 약제명이 세분화돼 있고, 용량 기준 등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어 치료비를 더 받기가 쉽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방병원들이 피해자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면서 경상환자 합의에 529일이 걸리고 154일간 통원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면서 "한방 진료도 양방처럼 명확하게 기준을 정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면 과잉 진료를 억제할 수 있고, 자동차보험료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찬옥 기자 / 이종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