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하락때 묻어두자"…이름 생소한데 1조원이나 몰렸다고?
입력 2022-10-20 17:24  | 수정 2022-10-20 19:04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증시가 요동치면서 올해 들어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 준비를 위해 장기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기준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설정액은 이달 19일 기준 8조3133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초 설정액 대비 1조1516억원 증가한 수치다. 올해 액티브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5년 전보다 10조5417억원 감소한 반면 라이프사이클 펀드 설정액은 5년 전 대비 7조8773억원 급증했다.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순자산 규모도 2018년 초 7293억원에서 올해 초 10조원으로 훌쩍 뛰었다. 연초 이후 설정액이 가장 크게 불어난 건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30혼합자산자투자신탁'으로 1089억원이 늘었다.
소위 '생애주기 펀드'로 불리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투자자 연령대에 따라 자산과 수익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라이프사이클 펀드 유형은 크게 타깃데이트펀드(TDF), 타깃인컴펀드(TIF) 두 가지로 구분된다. TDF의 경우 젊을 때는 위험자산 비중을, 나이가 들면서는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구조다. TIF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인컴(배당·이자) 수익을 가져가는 상품이다.
최근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고령화로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고자 하는 연금족의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지난 7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면서 TDF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전반이 하락장을 걷고 있는 가운데 TDF 같은 장기 투자 수요는 유지되고 있다"면서 "앞서 7월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과 하반기 구체적인 상품 승인 조치로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락장에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지만 지수보다는 선방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라이프사이클 펀드는 연초 이후 -16.64%의 수익률을 내며 국내 주식형 펀드(-26.54%)보다 손실이 작았다. 5년 전 대비 라이프사이클 펀드 수익률은 10.08%였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1.87% 하락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이후 TDF는 연 10%대 수익률을 거두며 퇴직연금 투자 상품으로서 안정성을 보여줬다"면서 "펀드 유형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TDF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해외 주식형 펀드보다 변동폭이 작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4개 자산운용사별로 다양한 타깃데이트(은퇴 시점)를 설정한 TDF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에 상장되면서 투자가 쉬워진 것도 한몫했다. 지난 8월 말엔 TIF ETF 상품도 등장했다. TDF·TIF ETF에 대한 개인투자자 매수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투자할 때 브랜드별 편입 자산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부 상품은 원자재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했다면, 또 다른 상품은 세부 업종에 대한 투자로 추가 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TDF는 상품마다 고유의 타깃데이트가 설정돼 있다. 예를 들어 타깃데이트가 '2030'이면 은퇴 시점을 2030년으로 설정하고 편입 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게 된다. 투자자 연령과 상황에 알맞은 타깃데이트를 고려해본 후 관련 상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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