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 한 데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면서 20일 국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여야 간사 간 합의를 기다리던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오후 3시께 야당 없이 국감을 개의했고,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석을 포위한 채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민주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즉각 중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의 즉각 사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장에 대한 문책 등 총 4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감에 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초 법사위에는 오전 10시부터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개의가 지연됐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위원들만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보다는 민주당에 참여하는 온전한 감사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기동민, 정점식 간사가 긴밀하게 협의해서 빠른 시간 내 민주당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참여하도록 적극 임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3시까지 국감 진행과 관련한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김도읍 위원장은 "오늘 국감을 진행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오후 3시 7분께 국감을 단독으로 개의했다. 이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일방적으로 회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소리치며 몰려가 위원장석을 점거했다. 이들은 '야당탄압 중단하다' '보복수사 중단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국감장이 난장판이 되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선서문 제출을 요구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있어 불가피한 몸싸움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국감을 개의한 지 30분만에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격앙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은 국회 무시, 야당 경시의 행태"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의 피감기관인 검찰이 감사를 하루 앞둔 날 민주화 이후 초유의 야당 당사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정상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사 내에 있는 피의자의 사무실을 제한적으로 압수수색하는 것 일뿐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의 주거지와 함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수사 절차"라며 "사무실의 위치가 민주당사 안에 있다고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다면 추후에 수사 담당자들이 문책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복수사' 프레임에 대해서도 즉각 반박했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이재명 대표 관련 비리 의혹은 모두 문재인 정부 때 불거져 수사가 진행된 것이라 '정치보복'이라 할 수 없다"면서 "이 대표가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는 건 부정부패 범죄라는 본질을 흐리려는 저질 프레임 씌우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도 "최종적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주체는 법원"임을 분명히 했다. 압수수색 필요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법원이 내리기 때문에 '보복수사' 등 검찰의 임의적인 강제수사는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야당탄압'이라며 반발하는 데 대해서는 "(야당이 아닌) 이 대표의 개인 비리를 수사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전날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안에 있는 김 부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 하자 '국정감사 중단' '의원 당사 집결'을 선언하고 압수수색 저지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과 검찰은 중앙당사 앞에서 오후 3시부터 10시 45분께까지 약 8시간 가까이 대치하다가 검찰이 물러가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김희래 기자 /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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