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만에 음료 가격 인상을 선언한 이디야커피가 이틀 만에 돌연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디야커피는 가맹점주들의 의견에 따라 일시 보류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내부 고민 때문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20일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사측은 당초 내달 1일로 예정했던 음료 크기와 가격 조정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본사가 가맹점주들과 논의한 결과, 직영점에서 마켓테스트를 우선 시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디야커피가 마켓테스트를 시행하기로 한 건 음료 크기와 관련해 일선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위치한 상권마다 인기 메뉴가 다르고, 또 음료의 양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상이해 본사가 임의로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매장의 경우 소비자들 사이에서 음료의 양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다른 상권에서는 또 양이 적다는 후기가 나오는 식이다. 이 때문에 우선 시장 상황 전반을 살펴보고자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지난 19일 (본사가 가맹점주들과 회의를 진행할 때) 60여명의 점주가 찾아왔는데 가맹점마다 입장이 달랐다"며 "정말 60여개로 의견이 갈렸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가맹점은 기존대로 하고, 직영점에서 먼저 테스트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디야커피 로고. [사진 제공 = 이디야커피]
이디야커피는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가격 인상 등을 잠시 보류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저가커피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면서 이디야커피가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할리스커피 등과 견줄 때 이디야커피의 경쟁력은 단연 가성비였다"며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테이크아웃 할 때 가장 부담 없이 이용했던 브랜드다. 가격경쟁력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이지 않았느냐"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데 매머드커피나 빽다방, 컴포즈커피 등이 떠오르면서 더는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기가 어려워졌고, 또 프리미엄화하자니 기존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너무 강하다"라며 "내부적으로는 소비자 반발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디야커피는 직영점에서 시범적으로 음료 크기와 가격을 조정한 뒤 보완책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인상 시기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부담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되도록 올해 안에 가격을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구체적인 마켓테스트 시작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