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피규어, 모노폴리 등 완구 제품 판매로 한국 소비자에도 친숙한 미국 기업 해즈브로가 지난 3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고가 완구 제품 소비를 줄인 때문이다. 해즈브로는 지난 2020년엔 서학개미 순매수 6위 종목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해즈브로는 지난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4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였던 1.53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실적 발표 당일 해즈브로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 하락한 65.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매출액 역시 예상치였던 17억2000만 달러를 밑도는 16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가량 떨어진 수치다.
나스닥에 상장된 해즈브로는 지난해 64억달러의 매출과, 7억633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90억 달러다. 매출액의 70%는 제휴한 회사나 자체 캐릭터의 피규어 등을 판매해서 발생하며 디지털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매출이 나오고 있다. 3분기 실적 악화는 비 주류 사업부인 엔터테인먼트부문의 부진 영향이 컸다. 제품 판매 분야에서는 매출액이 10% 정도 감소했다. 감소폭은 선방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실적엔 직격탄이 됐다. 또 엔테인먼트 매출 감소가 35%로 큰 것도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해즈브로는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인플레이션을 들었다. 크리스콕스 해즈브로 CEO는 "올해가 지나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더 가격에 예민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어 완구류에 쓰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분기부터 쌓이기 시작한 재고를 처리하느라 마케팅 비용을 늘린 것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앞서 완구 기업들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재고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까지 두해 연속 이어진 완구 시장의 상승에 올해도 베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재고가 극에 달한 지난 9월 BMO캐피탈의 게릭 존슨 연구원은 "완구 산업이 3년 연숙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할지 에 대한 강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지독한 공급난을 겪은 해즈브로와 마텔 등 완구 기업들은 올해 상품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재고를 늘렸다"며 이같은 재고 확충이 수요가 감소한 올해에는 독이 됐다고 평가했다.
해즈브로 뿐만 아니라 '바비' 인형 제조사로 유명한 마텔 등 경쟁사들도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잭스 에쿼티리서치는 오는 25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마텔의 EPS가 전년 동기 대비 13% 낮은 0.73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액도 0.8% 감소해 17억5000만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에서는 이같은 해즈브로와 마텔의 실망스러운 실적이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발표돼 더욱 의미심장하게 해석하고 있다. 연말 쇼핑 시즌에서 한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발생하는데 벌써부터 소비자들이 완구에 대한 소비를 급격하게 줄인다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완구기업 주가는 이같은 소비 둔화 우려에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해즈브로 주식은 올해 들어 37%, 마텔은 11% 하락한 상태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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