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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하루라도 먼저"…삼성전자 8000억 조용히 쓸어담은 외국인
입력 2022-10-19 14:08  | 수정 2022-10-19 14:10
삼성전자 [사진 = 연합뉴스]

외국인이 10월 들어 10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꾸준히 사들여 837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일평균 800억원씩 사들인 셈인데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주가의 바닥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에다가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그 이유로 꼽힌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10거래일 동안 6.4% 오른 5만6500원(18일 종가)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률(4.38%)보다 더 올랐다. 삼성전자 상승세의 원동력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8370억원 어치를 순매수하고, 개인 5000억원 순매도·기관 328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가 떠난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초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2%대였으나 지난 6월 처음으로 50%대 밑으로 내려왔다.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조금 올라서 49.54% 수준이다.
◆ 외국인, 대만 대신 한국 증시로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꼽힌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이 부각된 대만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한국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는 한국 증시와 대만 증시를 대체재 관계로 보는 경향이 있다. 삼성전자는 정치적 관점에서 TSMC보다는 상대적으로 중립적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28% 하락했고, 대만의 대표주 TSMC는 36%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주요 8개국 증시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국가는 일본으로 175억2000만달러(약 24조7700억원)였다. 이어 대만 증시에서는 지난달 56억달러(약 7조9100억원)가 빠져나갔고, 한국은 19억달러(약 2조6800억원)가 빠져나가 아시아 주요국 중 세 번째에 올랐다. 일본의 전체 시가총액이 5조3000억달러이고 한국이 1조7000억달러, 대만이 1조5000억달러인 점(8월 기준)을 감안하면 대만에서 외국인 자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빠져나갔다. 한국과 대만 증시의 전체 규모가 비슷한데 대만에서 외국인이 한국보다 2.9배 많이 빠져나갔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일본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가운데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 중인 국가이고, 대만은 미국의 대만정책법 제정과 관련해 직접적인 리스크가 있는 국가"라며 "한국은 글로벌 정치·경제 상황의 영향권에서는 일본과 대만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미국 반도체 기업도 일부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8월 자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AMD에 AI용 반도체에 대해서도 허가 없이 중국에 반출하지 말라고 했고, 이달 들어 아예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로 수출 금지 대상이 된 엔비디아의 제품(A100과 H100)은 TSMC가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를 1년 유예받았다. 1년 유예를 받은 업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과 대만의 TSMC, 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 다롄 공장 등이다.
지난 5년 삼성전자 주가
◆ 삼성전자 주가 바닥론?


또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이유는 '반도체 주가 바닥론'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꺾이기 시작해서 내년 상반기 실적 감소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7% 하락하고,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2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통 주가는 실적을 6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반도체 주가 바닥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충분한 하락을 통해 대부분의 악재가 증시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럼에도 긍정적인 점은 증시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모두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시점에 EPS 성장의 변곡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라며 "실적 회복이라는 조건이 존재하지만, 향후 증시 분위기의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기대감?


또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미 1등을 하고 있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보다는 TSMC를 따라잡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의 영향이 크다. 작년 1월 삼성전자 주가가 역대 최고점(9만6800원)을 찍었을 때도 파운드리 부문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먼저 반도체 밸류체인을 보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종합 반도체 업체(IDM)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로 나눠진다. IDM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있고, 팹리스에는 퀄컴, 엔비디아, 텔레칩스가 있고, 파운드리는 TSMC, DB하이텍이 해당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 진전을 발판삼아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에는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갔다. 이어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반면 TSMC는 3나노 양산 시기를 재차 연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몇 년 동안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연간 1~2조원에 불과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경기 민감도가 큰 회사로 사업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주력한 파운드리에서 시장의 우려 대비 순항하고 있다"며 "장기계약(LTA) 비중이 높은 파운드리 첨단공정에서 생산능력(CAPA)를 확대하고 사업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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