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이 자사 수입에서 부담해야 할 법적 비용을 대출 차주에게 고스란히 전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5대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이 총 10조2098억원의 법적 비용을 차주에게 떠넘겼다고 밝혔다.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은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되는데, 이중 가산금리 항목에는 리스크 관리 비용과 법적 비용 등이 포함된다.
민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법적 비용에는 은행이 지불해야 할 교육세, 예금보험료(이하 예보료), 지급준비금 등이 있는데, 해당 비용을 은행들이 대출이자에 끼워 넣어 차주에게 부담시켰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에 예금을 가입하면 은행 파산 시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예금자 보호 장치인데, 이에 필요한 기금을 충당하기 위해 각 금융회사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 예보료를 납부하고 있다.
예보료를 대출이자에 포함시킨 은행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으로, 최근 5년간 ▲우리은행 8503억원 ▲국민은행 1조3491억원으로 파악됐다.
예보료 외에도 지급준비금도 차주에게 떠넘겼다. 지급준비금은 각 은행의 전체 예금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함으로써 예금자가 언제든지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법정 지급준비율은 최소 7%이다.
지급준비금을 대출이자에 포함시킨 은행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으로 최근 5년간 우리은행은 5552억원을, 국민은행은 6270억원을 예금과는 무관한 대출 차주에게 부과했다.
은행들은 교육세도 대출 차주에게 전가했다. 교육세법 제3조제1호 별표에는 은행을 납세의무자로 명시하고 있고, 동법 제5조에 따라 은행이 수입한 이자, 배당금 등에 대해 세율(1000/5)을 곱한 값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5대 은행 모두 수입에서 납부해야 할 교육세를 대출이자에 포함시켜 대출 차주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파악된 것만 최근 5년간 ▲하나은행 1611억원 ▲우리은행 1694억원 ▲신한은행 1748억원 ▲농협은행 738억원 ▲국민은행 2395억원이다.
이외에도 시중 5대 은행은 대출액과 연동돼 산출되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모두 대출이자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민 의원은 "최근 고금리, 물가 상승으로 서민의 삶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법적 비용을 절박한 상황의 차주들에게 모두 전가시키고 있었다"며 "은행들은 이러한 법적 비용 전가 행태에 대해 '은행연합회의 모범 규준'을 준수한 것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들이 자금을 출자해 만든 기관으로, 기본적으로 은행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기에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산금리에 예보료와 지급준비금을 부과해온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다른 은행의 대출금리가 최종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액수를 다른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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