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확 나빴죠. 업체들이 담합이라도 한 것 같더라고요."
올해 봄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는 30대 직장인 A씨. 여행에서 특별히 아쉬운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렌터카 예약부터 문제였다"며 이같이 답했다. 가장 저렴한 차량을 예약하려 했는데 비용이 하루에 10만~15만원 상당이었던 것.
A씨는 "친구들과 여러 렌터카 업체를 알아봤는데 가격이 거의 똑같았다. 보험비까지 더해지니 2박 3일을 여행하는데 40만원 상당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숙소라도 저렴하게 예약해 다행이었지만, 다시 가려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 무비자 관광 재개 소식에 일본 여행 수요 급증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김포~하네다 항공편 탑승수속을 밟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무비자(사증 면제) 관광을 재개한다고 밝히자 여행객들의 수요가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항공권 예약 등이 빠르게 마감되는 가운데 '코로나19 특수'를 맞았던 제주도의 여행객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18일 노랑풍선에 따르면 이달 중 관광을 떠나는 여행객의 40%가 일본과 서유럽을 행선지로 택했다. 상위 예약 순위를 지역별로 살펴본 결과, ▲서유럽 13.9% ▲규슈 10.6% ▲튀르키예 9.7% ▲오사카 8.6% ▲도쿄 7.8% 등 순으로 나타났다.
노랑풍선은 일본 정부가 각종 입국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여행객들의 수요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일본 여행 관심도는 전월보다 144% 증가했고, 지난 1~13일 집계된 패키지 상품 예약률도 전월 동기보다 2.5배 증가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외국인 여행객의 무비자 입국과 개인 자유 여행을 허용한 바 있다. 기존에 5만명으로 상한을 뒀던 일일 입국자 수 제한 조치도 폐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지난 2020년 3월 이후 2년 7개월여 만이다.
한국인 여행객 역시 이번 조처로 최대 90일간 일본에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백신을 3차례 접종했다는 증명서를 소지하면 항공기 탑승 전 검체 검사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여행객으로서는 여러모로 일본 방문이 간편해진 것이다.
◆ "물가 비싸" 불만...올겨울 제주 수요 감소 전망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탑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여행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코로나19 확산 후 제주도에 집중됐던 수요가 곧 분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이 전통적으로 인기 여행지였던 데다 최근 제주도 여행에 대한 소비자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후) 제주도로 향한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여행 후기나 평점 등을 조사해보면 전보다 불만족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여행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만족감을 기대했는데 제주도가 거기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행 정보가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제주도에 대해 아쉬워하는 후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여행 관련 카페 회원은 "해산물이 제대로 들어있는 것도 아닌데 식사 한 끼에 몇만원씩이었다"며 "서울 강남, 여의도보다 물가가 더 비싼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5~8월 제주도 입도객 수는 120만명대 후반을 기록하며 예년보다 늘어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5월 130만6537명, 6월 128만3470명, 7월 126만3332명, 8월 128만1608명 등이다.
지난달과 이달 입도객 수 등 최근 추이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여행업계에서는 항공권과 호텔 예약률 등을 근거로 제주도 여행객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예약률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더라도 올겨울께 일본에 밀릴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가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걸로 보고 있다. 같은 비용을 쓰거나, 혹은 비용을 더 지불하고 국내 여행을 갈 바에야 해외로 향하겠다는 것"이라며 "(제주도 소재) 일부 특급호텔의 경우 이례적으로 예약률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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