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면서 이달 들어 증권가에서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 기업의 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증권사에서 목표가를 낮춘 기업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순매수한 종목도 포함돼있어 당분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증권사 종목 보고서 가운데 목표주가를 낮춘 보고서는 총 36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84건의 목표가 하향 보고서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목표가 하향 보고서가 2배 수준으로 급증한 셈이다.
월별로 보면 목표가 하향 보고서는 1월 417건 발간됐다. 2월에는 455건으로 늘었고, 3월에는 144건으로 절반 이상 확 줄었다. 4월과 5월은 331건, 383건으로 300건대를 유지하다가 6월 159건으로 또 다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7월 676건으로 전월 보다 4배 이상 급증해 월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목표가 하향 보고서가 나왔다. 8월 334건, 9월 184건으로 안정세를 찾았으나 이달에는 이날 현재까지 350건이 넘는 보고서가 나와 7월 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성장주에 대해 박한 평가가 이어졌다. 목표가 하향 종목을 살펴보니 가장 많은 증권사가 목표가를 낮춘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동 1위로 무려 13개 증권사에서 목표가 하향 리포트가 쏟아졌다.
네이버의 경우 목표가를 낮춘 13개 증권사 중 8개 증권사에서 20만원대 목표가를 제시했다. 다올투자증권과 SK증권이 나란히 목표가를 26만원으로 낮췄다. NH투자증권(27만원), 삼성·대신증권 (28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 (28만2000원) 순으로 목표가를 낮췄다. 이와 별개로 메리츠증권은 지난 11일 네이버의 적정 주가로 25만원을 신규 제시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에 대해 "커머스, 컨텐츠 등 자회사 적자 축소가 당분간 쉽지 않고 이로 인해 글로벌 빅테크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의 근거였던 네이버의 높은 마진율도 하락했다"며 "본격적 주가 상승은 낮아진 마진이 재차 상승기로 접어드는 시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카카오의 경우 다올투자증권(6만3000원)과 유진투자증권(6만5000원)이 목표가를 하향 조정해 이달 들어 가장 낮은 목표가를 제시했다. 카카오뿐 아니라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5건), 카카오뱅크(2건), 카카오페이(2건) 등도 목표가 하향 리포트가 나왔다.
특히 카카오가 지난 15일부타 이틀간 이어진 초유의 '먹통' 사태를 겪은 후 목표가 하향 리포트가 쏟아졌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웹툰, 멜론 등 각종 카카오 플랫폼 서비스 마비로 인해 발생된 유료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 비용이 불가피해졌다"며 "카카오의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퇴색됐고, 성장 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다음으로 목표가 하향 리포트가 쏟아진 기업은 크래프톤이었다. 총 9개 증권사가 목표가를 낮췄다. 배틀그라운드 인도 서비스 중단과 마케팅 등 비용 증가가 반영된 결과다. 신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생소한 장르로 신작 효과가 과거처럼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지 못한 영향도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군입대 이슈가 불거진 하이브의 경우에도 8개 증권사에서 목표가를 낮췄다. 이 외에도 LG전자(8건), LG생활건강·SK바이오사이언스·삼성전기(7건) 순으로 이달 목표가 하향 조정 리포트가 나왔다.
한편,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대거 순매수했다.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네이버의 순매수 규모는 6578억원으로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카카오로 2257억원 순매수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