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11월 25일 공장 가동을 멈추고 30일 사업 종료
"푸르밀은 내 첫 직장이다. 그리고 이곳은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롯데우유를 전신으로 하는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사업 종료와 함께 400여 명의 전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가운데, 한 직원이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줘서 고맙다"며 소비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닉네임이 '가나초코최애'인 푸르밀 직원 A 씨는 17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A 씨는 "어릴 때 꾸준히 마셨던 검은콩우유, 엄마가 마트 다녀오실 때마다 사오셨던 비피더스, 기분이 울적한 날마다 나를 위로해줬던 가나초코우유. 이런 건 어떻게 만들어질까 누가 만드는 걸까 늘 궁금했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닌 관리자로 나의 추억과 애정 담긴 제품을 다룬다는 게 설렜기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입사했다"면서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고, 내가 상상하던 회사 모습이 아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이리저리 치이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내가 당찬 포부를 갖고 들어온 이 곳이 문을 닫는다"면서 "참 많이 아쉽고 슬프다"고 전했습니다.
A 씨는 "우리 회사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언제 퍼졌는지 아쉬워하는 사람들, 대량구매하는 사람들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면서 "관리자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품들은 곧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우리 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추억을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글쓴이는 끝으로 "저도 우리 제품을 구매했던 수많은 소비자들의 손길, 가슴 한 켠에 오래 남기겠다"며 "그동안 감사했다. 그나저나 나 이제 뭐하지"라고 글을 맺었습니다.
푸르밀은 다음 달 25일 공장 가동을 멈추고 30일 사업을 완전히 종료합니다.
정리해고 대상은 전 사원으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406명 수준입니다.
직원들에게 보낸 사업종료 안내 메일에서 푸르밀은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됐다.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사업 종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푸르밀은 지난 1978년 4월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해 2007년 4월 분사한 뒤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습니다.
분사 당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 100%를 인수했고,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경영해왔습니다.
대표 제품으로는 '가나쵸코우유',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비피더스' 등이 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