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의 한 중소기업이 전기차용 7단 자동변속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데 이어 세계 3대 이륜차 시장인 인도네시아를 개척해 주목받고 있다.
자동변속기 연구개발 전문기업 바이젠(대표 김복성)은 지난 2012년부터 10년간의 연구 끝에 전기차용 7단 자동변속기 개발에 성공했다. 유압장치 없이 자동변속이 가능하도록 경량화한 것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에서 국제 특허를 받았다.
나아가 전기모터와 변속제어장치(TCU)을 결합한 전기이륜차용 파워트레인(구동계)을 완성해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3개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만 세트(2500만 달러)가 수출길에 오른다.
이와 별도로 인도네시아 반둥 공과대학 전기차 연구소와 국영기업 위마(WIMA)가 개발한 전기이륜차에도 바이젠의 파워트레인이 채택돼 내달 발리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전 세계 각 국에 기술력을 뽐내는 기회인 셈이다.
바이젠이 개발한 변속기는 전기차에도 적용 가능하다. 현재 일반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1단으로만 주행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가속 시 정격 이상의 전기가 소모되고 열이 발생하는 등 배터리 효율성이 떨어진다. 반면 다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하면 이러한 단점이 보완돼 모터와 배터리의 고효율 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바이젠의 설명이다. 김복성 대표는 "지금의 전기차는 내연기관 엔진보다 우수한 모터 성능을 살리지 못하고 낭비되는 전력도 상당하다"며 "전기차에 다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출력의 모터로 넓은 영역의 토크와 스피드를 구현할 수 있고 열 발생을 막아 배터리 소모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모터와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하는 추세다. 포르쉐는 지난 2020년 상반기 2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타이칸' 전기차를 출시했다. 아우디도 지난해 12월 출시한 전기차 'e트론'에 2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미국의 버스전문생산기업 프로테라는 자사 모델 'ZX5'에 4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전비가 20~30% 향상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젠 기술고문인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에 자동변속기를 적용하면 모터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생산 원가도 대폭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에 변속기나 완성차 업계에서 전기차용 다단 자동변속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바이젠은 이번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판로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국내의 한 중소기업과 손잡고 내년에 초소형 전기차를 출시한다. 김복성 대표는 "바이젠의 자동변속기 기술은 전기차는 물론 전기 선박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국내 전기차 기술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주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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