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휴대전화 번호 '010'으로 바꿔주는 '변작 중계기'가 보이스피싱 범죄 수단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이 국제전화나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만 온다는 심리를 역으로 이용한 신종 수법이다.
경찰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변작 중계기 총 9679대를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8월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2차 단속에서도 비슷한 규모로 적발될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단속하는데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변작 중계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갖은 방법으로 변작 중계기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까지 원룸과 모텔 등지에 변작 중계기를 설치한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땅속에 파묻는 방식까지 활용 중이다. 건설 현장 배전 설비함이나 건축 중인 아파트 환기구 내부, 아파트 소화전, 도로 충돌 방지벽 옆 수풀 속에서도 변작 중계기가 발견됐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변작 중계기를 싣고 다니거나, 가방 안에 변작 중계기를 넣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이 전화금융사기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10년 전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며 "전화번호 변작, 악성 앱 설치 등 최첨단 통신기술이 동원되고 있어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강영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