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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들은 왜 '감독 박진만'을 간절히 원했을까
입력 2022-10-18 13:28 
박진만 신임 삼성 감독. 사진=김영구 기자
선수들은 처음부터 한 목소리였다.
내년 시즌 이후 팀을 맡게 될 감독으로 박진만 감독 대행을 강하게 원했다.
대행 체제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짜 놓은 틀이 아닌 바탕 위에서 야구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야구 철학을 펼치기도, 과감한 선택을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박 대행은 자신의 색깔을 빠른 시간 안에 팀에 주입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선수들이 '감독 박진만'을 원했던 이유다.
삼성 한 베테랑 선수는 달라진 팀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감독님이 팀을 맡으신 뒤 가장 먼저 한 것이 선참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그 자리에서 "개인 보다 팀을 우선시 하고 앞장서 달라. 개인적으로 조금 손해가 되더라도 팀을 위해 참고 노력해 달라. 대신 공정하게 팀을 운영하겠다는 것을 약속하겠다"고 하셨다. 평범한 일 같지만 큰 울림이 생겼었다. 이후 선참들이 많이 힘을 내기 시작했고 젊은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됐다. 이제는 감독님과 좀 더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선 1승이라도 더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 지금의 1승 1승은 내년에도 박진만 감독님과 야구를 하고 싶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묻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심성의 한 젊은 선수도 "위에서 형들이 자신을 버리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것 같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게 된다. 박진만 감독님은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다. 그런 일도 거의 없었지만 팀 워크를 해치는 행동을 한다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진다. 대신 팀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는 많은 기회를 주며 노력할 수 있게 한다. 감독님과 좀 더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말은 진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감독님의 리더십이 지금 삼성의 성적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 놓았다.
박진만 신임 삼성 감독은 대행 시절 선참들과 후배 선수들 사이의 벽을 없애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선참들이 앞장서서 팀을 이끌고 후배들은 선배들의 좋은 점을 배우며 성장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대행 취임 전에는 선참들과 후배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는 것이 박 감독의 생각이었다.
박 감독은 "선수들 사이의 벽을 없애고 싶었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활발하게 소통하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주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감독 대행이 되며 네 가지를 약속했다. 하나는 5할 승률이었고 두 번째는 질 때 지더라도 납득이 되는 경기를 하겠다였다.
선발 라인업은 수비 위주로 공정하게 짜겠다고 했었다. 마지막으로 이 초심을 절대 잃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감독 대행이 끝날 ??까지 약속들을 모두 지켜냈다. 선수들이 마음으로 따르는 지도자가 되고 있는 이유다.
선수들은 '공정'에 목말라 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선수들로 라인업을 짠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의 사심이 들어가는 순간 팀 워크는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납득이 되지 않는 패배도 결국 납득이 되지 않는 선수 기용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박 감독은 대행 시절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수 기용을 하고 공정한 선택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가장 원하는 공정하고 정확한 팀 운영을 대행으로서 보여준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니 마음도 얻을 수 있었다.
부드러움 속에서 결단력 있는 카리스마를 보여준 박진만 감독.
결국 선수들이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 수 있었다. 이젠 박 감독의 차례다. 초심을 잃지 않고 왜 선수들이 믿고 따랐는지를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부분이 이뤄진다면 성적이라는 열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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