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말에 몇 차례 반박…초등학교 없는 섬으로 발령
상사에게 말대답를 했다는 이유로 외딴 섬으로 발령 난 농협 직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17일 SBS 보도에 따르면, 강화도의 한 지역농협을 다니던 직원 A 씨는 지난달 19일 서강화농협 볼음분점으로 인사 발령이 났습니다.
볼음도는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나오는 섬으로 하루 왕복 배편이 3번에 불과합니다.
A 씨는 인사 발령의 발단이 사흘 전 조합장과의 면담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A 씨가 녹음한 조합장과의 면담 내용을 들어보면, 조합장은 "대XX(머리) 한 번 숙이기가 그렇게 힘드냐"면서 A 씨의 고객 응대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A 씨가 "인사는 제가 잘 하고 있다"면서 몇 차례 반박하자 조합장은 그 자리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조합장은 "○○○계장(A 씨) 월요일 날짜로 볼음도로 발령 내"라고 인사 담당자에게 지시했습니다.
이어 A 씨에게 "넌 가서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니까 잘 있다 와. 조합장이 얘기하면 그래도 야 이 XX야"라며 성을 냈습니다.
자리에 함께 있던 지점장도 A 씨를 향해 "조합장님이 제일 큰 어른이고 아버지다. 아버지한테 그렇게 대하는 게 말이 되냐 너?"라며 조합장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A 씨는 볼음도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고, 초등학교가 없는 지역 특성상 홀로 키우던 9살 초등학생 딸 B 양과 생이별하게 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등하굣길을 도와주는 등 A 씨 대신 B 양을 돌봐주던 (B 양의)친구 아버지도 최근 사정이 생겨 더는 딸을 챙겨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A 씨는 떨어져 지낸 지 2주 만에 딸을 볼음도로 데려 오기로 했습니다. 강화에 있는 학교에는 이제 갈 수 없어 일단 1년에 최대 57일까지 가능한 가정학습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강화도교육지원청은 A 씨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으나 교육시설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에게는 지원금 외에 별도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해당 농협 조합장은 면담 당시 A 씨의 태도 문제로 발령을 낸 것을 인정하면서 A 씨가 사과하면 인사를 철회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