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재난 대응 부실 논란까지 불거진 카카오와 계열사들 주가가 17일 급락했다.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하고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3개사가 이날 또 다시 신저가를 새로 썼다. 증권가에서는 초유의 서비스 중단 사태로 4분기 매출에 일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전일 대비 5.93% 하락한 4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전 거래일보다 6% 가량 하락한 4만8000원에 형성됐다. 개장 직후 9%대 급락하며 4만65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카카오와 함께 카카오페이(-4.16%), 카카오뱅크(-5.14%)도 급락세를 보였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모두 장중 3만2450원, 1만595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카카오게임즈(-2.22%)도 마찬가지로 약세를 보였으나 지난 13일 기록한 최저가(3만4250원)를 아슬아슬하게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인 이달 14일 총 39조1660억원이었던 카카오그룹주의 시가총액은 이날 개장 직후 10분 만에 3조4761억원이 감소해 35조6899억원으로 줄었다.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그룹주의 시총은 34조4100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4조7560억원 감소했다.
이날 카카오그룹주의 동반 약세는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주말인 15일 오후 3시30분께 SK C&C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계열 서비스가 대부분 중단됐다. 이후 주말 동안 서비스 복구 작업이 이어졌으나 서버 정상화는 더디게 이뤄졌다. 이번 먹통 사태는 카카오톡이 서비스된 지 12년 만에 발생한 최장기간 서비스 장애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카카오를 대거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카카오를 1344억원 규모로 순매수해 전체 종목 중 가장 많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222억원)도 이날 순매수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카카오그룹주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물타기'(주가 하락 시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단가를 낮추는 것)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를 120억~22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카카오의 예상 매출액을 일할 계산해 단순 피해 규모를 추산하면 약 22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보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대부분 서비스가 멈췄다는 점에서 카카오 국내 사업의 전체 일매출인 약 150억원 이상이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카카오톡의 유저 이탈 가능성이 존재하고, 카카오 브랜드의 이미지가 하락했다. 카카오를 둘러싼 단기적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먹통 사태가 카카오의 4분기 매출에 일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서비스 중단의 매출 영향은 크게 매출 미발생과 사용자 보상으로 나타날 전망"이라며 "4분기 매출이 최대 1~2%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39.4배로 지난 10년 주가수익비율(P/E) 밴드 하단이 30배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 악화 시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대외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이익 성장 역시 둔화되는 있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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