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당분간 계속…기준금리는 미국만 보고 따라 올리기는 힘들 것”
“전세사기, 특정 법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계획 범죄 성격이 강해”
“당 대표, 공정 공천 실천 + 경제 위기 극복 능력 있어야”
“소신 지키기 힘든 정치 환경에서 소신 있는 정치인 되겠다”
“전세사기, 특정 법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계획 범죄 성격이 강해”
“당 대표, 공정 공천 실천 + 경제 위기 극복 능력 있어야”
“소신 지키기 힘든 정치 환경에서 소신 있는 정치인 되겠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통계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정치권 내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로 꼽힙니다. 2020년 4월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서울 강남병)이 된 이후에도 다양한 입법 활동을 통해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 방안 마련에 주력해 왔습니다. 현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통 경제학자 출신인 유 의원을 만나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과 앞으로를 전망해 봤습니다.>
Q. 한국 경제에 달러 강세와 고금리 고물가와 같은 악재가 산적해 있습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진단하신다면?
유 의원: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서비스업 등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에 재정적자 문제까지 겹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 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 부문에 어려움이 생긴 게 걱정입니다. 이런 상황이 된 데에는 세계 경제가 어려워진 영향도 있지만, 우리가 그 동안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특히, 지난 정부 5년 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게 이번 위기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올해 누적 무역적자도 3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대외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유 의원: 한국 경제에 아주 위험한 경고등이 켜졌다고 봐야죠.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지금 재정적자 문제도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다고는 해도 퍼주기식 정부 재정 확대가 문제가 됐죠. 여기에, 전 정부의 잘못된 기업 정책 방향이 아직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대한민국 수출 산업을 이끌고 있는 게 반도체인데,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도체 국유화 펼쳐서 반기업 정서만 높아진 측면이 있죠.
달러강세, 당분간 계속될 것…통화 스와프는 일시적 안정제 역할 뿐”
유경준 의원은 달러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한미 통화 스와프가 환율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에 대해 일리가 있다”면서 공감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명동의 한 환전소 안내판에 원·달러 가격이 표시되어 있는 모습. / 사진 = 매일경제
Q. 환율 고공행진도 문제입니다. 무역수지 악화가 달러 강세를 더 부추길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달러 강세, 계속 이어질까요?
유 의원: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계속 하고 있으니, 달러 강세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연준이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 됐다고 생각해서 금리 인상을 덜 하게 되면 달러 강세가 조금 완화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은 힘들 겁니다.(편집자 주: 실제 유 의원과의 인터뷰 후 발표 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고, 이는 추가적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Q. 정부가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스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 스왑이 환율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는데요.
유 의원: 일리가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성장률·금리·물가상승률 등과 유동적으로 움직입니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통화 스왑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일시적인 안정되는 효과는 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기준금리, 계속 미국 따라 인상하기는 힘들 것”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앞으로의 금리 인상 기조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유경준 의원은 자본 유출 등의 우려로 미국과 금리 격차 줄이는 게 중요하지만 계속 따라서 인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 사진 = MBN
Q. 한은이 ‘빅스텝을 또 한 차례 밟으면서 기준금리는 이제 3%가 됐습니다. 이번 금리 인상 기조는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시는지요?
유 의원: 미국과 금리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 따라가야 하는 것 맞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고 해서 한국도 계속 금리를 올리는 건 힘들 겁니다. 지금까지 물가 안정을 제1 목표로 두고 금리 인상을 해 온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이제는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 등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물가 문제가 미국보다는 덜 심각하다는 점도 고려 돼야죠.
Q.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막대한 가계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대출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 정책 조언을 해주신다면?
유 의원: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거나, 변동금리를 유지해 준다고 해도 일정 취약계층에 대해 금리를 지원해 주는 ‘이차보전과 같은 정책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이차보전이라는 것은 취약 계층에 대해 금리 인상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정책인데, 과거에도 시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조금 더 특별한 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마 지금 정부도 정책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거래절벽은 당분간 이어질 것…전세사기, 특정 법인들 소행”
유경준 의원은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최근 발생 건수가 급등한 전세사기에 대해서는 대부분 특정 법인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계획 범죄 성격이 강하다”며 이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부동산 시장 ‘거래 절벽 현상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 사진 = MBN
Q. 금리 인상에 따라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거래 절벽이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유 의원: 금리 인상 기조와 현재의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겁니다. 지금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기대 가격 차이가 너무 큽니다. 팔려는 사람은 기존 고점을 생각할 테고, 사려는 사람은 더 떨어질 가격을 기대하고 있으니 거래가 이뤄질 수 없죠. 특히, 매도자 입장에선 ‘내가 산 가격이 얼만데라는 본전 심리를 안 할 수 없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한 버티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집값이 얼마나 많이 올랐습니까. 일정부분 가격 하락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Q.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 최대 경제 정책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어떤 정책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유 의원: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필요한 곳에 공급은 안 하고 세금만 높이다 보니 발생한 겁니다. 예를 들어, 강남의 경우 항상 대기 수요가 있는 시장인데, 여기에 공급을 하면 투기 수요를 유발한다고 해서 공급을 안하다 보니 가격이 자연스레 오르고, 강남이 오르다 보니 다른 지역으로까지 상승세가 확산한 측면이 있죠. 문제는 집값이 떨어질 때는 강남이 아니라 다른 지역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일단 과도하게 책정돼 있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부세나 재산세 부과 기준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에 달려 있는데 이 중 세율은 국회에서 조정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장 바꾸기가 어려운 만큼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줄 필요가 있죠. 이 부분은 국토부 시행령으로 하향 조정 할 수 있어서 정부에서 검토 중입니다.
Q. 지난달 말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일부 이루어졌지만, 기대 이하라는 평이 나옵니다. 의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유 의원: 규제 완화는 전반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꼭 필요한 지역에만 규제를 집중하는 ‘핀셋 규제가 필요합니다. 애초에 규제 범위가 과도하게 지정됐습니다. 국토부 시행령을 보면 규제 범위 설정 단위를 법정 동 단위로 설정해 놨습니다. 행정 편의주의죠.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지적해 왔고, 다음 주 중으로 규제 설정 단위를 필지 단위로 바꾸는 법안이 발표가 될 겁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는 다 풀어주고, 꼭 필요한 지역에만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보증보험 사고사례 분석 / 사진 = 유경준 의원실 제공
Q. 최근 이른바 ‘깡통 전세가 급증하면서 세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셨죠. 이런 피해자를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유 의원: 사고 다발 법인에 대한 즉각적인 형사고발 조치가 필요합니다. ‘전세 사기에 대해 깊게 파고들고 보니 2018년부터 시작됐고, 90% 이상이 특정 5개 법인에서 사고를 쳤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법인들의 사고액만 1500억 원인데 회수율은 고작 35%입니다. 2020년부터 보증보험이 도입 됐습니다. 해당 법인들에 대해서 보험을 제한하거나 형사고발을 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은 특정 법인들이 법적 허점을 악용해 임대사업자로서 세제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보증보험을 미끼로 사기는 사기대로 치는 상황이에요. 지금이라도 국토부와 HUG가 이런 악성 법인들이 활개 치지 못하도록 즉각적인 형사 고발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당 대표, 공정한 공천으로 총선 이끌고 경제 위기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차기 ‘당 대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경준 의원은 공정한 공천으로 총선 이끌고 경제 위기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넥스트위크리서치에서 KBC광주방송, UPI뉴스 의뢰로 조사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 사진 = MBN 뉴스 방송화면 캡처
Q.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도 관심입니다.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계시기도 한데, 어떤 인물이 다음 총선을 이끌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유 의원: 투명한 공천을 통해 추후에 있을 총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람, 현재 대한민국에 닥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람.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덕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에서 공천은 정말 중요하죠. 공정한 공천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당 대표를 뽑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에,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적 혜안과 리더십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특정후보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웃음)
Q. 정치 현안도 여쭙겠습니다. 여야는 지금 친북과 친일을 두고 서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해당 논쟁에 대해 의견을 말씀해 주신다면?
유 의원: 그야말로 소모적 정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에 들어와 보니 소모적 논쟁이 정말 많습니다. 이것 또한 대표적인 정쟁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신있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어”
유경준 의원은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국회의원으로서 보람과 고충을 모두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고 답했습니다.
Q. 경제학자로, 또 통계청장으로 일하다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보람, 또 고충이 있다면?
유 의원: 제가 서울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게 큰 보람입니다. 선거 전 서울시 구청장 25명 가운데 24명이 민주당 소속이었고, 국민의힘은 소속 구청장은 조은희 서초구청장 밖에는 없어 정말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천에 정말 공을 많이 들였고, 사심과 어느 누구의 이해관계 없이 이길 수 있는 후보로 공천을 마무리했죠. 결국 17명의 우리당 소속 구청장 당선자를 냈습니다. 시의회 구성도 민주당 일변도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치인 변신 후 거둔 성과이자 보람이죠.
반대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으면서 고충도 많이 겪었습니다. 공천을 받아 당선된 본인이 잘해서 됐다고 생각하겠지만, 반대로 탈락한 사람들은 저를 얼마나 싫어하겠습니까(웃음). 정치인이라면 겪어야 하는 숙명인 것 같아요.
Q.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유 의원: 정계에서 소신을 지킨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우리 정치 문화가 그렇습니다. 저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그런 소신을 지키려면, 그만큼 전문가여야 합니다. 경제 전문 정치인으로, 끝까지 소신을 지킬 수 있는 정치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