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가족이 형제 돈 훔치면 무죄?

'너 새 휴대전화 사주려고 아빠가 모아놓은 거야.'

영화 속 주인공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매점에서 조금씩 돈을 훔칩니다. 딸에게 휴대전화를 사주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이게 현실이라면 과연 처벌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친족상도례, 말 그대로 '친족 간 도둑질에 대한 특례'에 따라 가까운 친족간이면 절도, 사기, 배임, 공갈죄를 범해도 형을 면제하고, 먼 친척 간이면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 로마에도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라는 관습이 존재했죠.

그런데 요즘 이 법이 논란이 되고 있죠. 방송인 박수홍 씨의 친형 부부가 동생의 출연료 등 60억여 원을 착복한 혐의를 받는데, 아버지가 자신이 했다며 이미 구속된 큰아들의 처벌을 막으려 한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지금 사회에서는 (친족상도례) 예전의 개념 그대로 적용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69년 역사의 친족상도례는 도마에 올랐고, 친족상도례 범죄에서 사기, 공갈, 횡령, 배임죄를 빼는 개정안도 발의됐습니다.

노인 대상 재산 범죄의 대부분도 가족 내에서 발생합니다. '자식은 피를 나눈 원수'라는 말처럼 노후 자금을 자식에게 모두 뺏기고 거리로 내몰린, 딱한 어르신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죠.

하지만, 만약 부인이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편의 지갑에서 소액의 생활비를 훔치면, 또 자녀가 학원 교재비라고 속이고 부모에게 받은 돈을 친구와 쓰면, 이것도 처벌을 해야 할까요.

간통죄를 폐지하니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냐 마냐 하는 논쟁이 불거졌듯이 다른 불편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누구는 자기가 번 돈을 용돈으로 받아 쓰며 세금 낼 때 누구는 세금 한 푼 안 내고 꿀꺽하는 건 적어도 이 사회가 바라보는 정의는 아니지 않을까요.

기본에 충실한 친족상도례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가족이 형제 돈 훔치면 무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