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도 수억씩 뚝뚝…서울 전세가격 3년 8개월만에 최대 하락
입력 2022-10-14 17:28  | 수정 2022-10-14 20:02
◆ 역전세난 비상 ◆
전세가격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 주요 단지에서도 수억 원씩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전세가격은 내리고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향후 월세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10월 10일 기준)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0.25% 하락했다. 이달 첫째주와 지난달 마지막주 모두 0.21% 내리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는데 2주 만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전세가격 하락세는 지역을 불문하고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낙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은 전주 -0.2%에서 이번주 -0.22%로, 수도권은 같은 기간 -0.27%에서 -0.32%로 확대됐다. 서울은 2019년 2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수도권은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방 평균 전세가격 변동률은 이번주 -0.17%(전주 -0.14%)를 기록했으며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은 5개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시)는 -0.26%(전주 -0.23%)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지역별로 이른바 '대장주'로 불리는 아파트들의 전세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9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최고 10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6개월 사이에 1억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현재는 8억5000만원에도 매물이 올라와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형 주거지를 형성하고 있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도 상황은 비슷하다. 엘스 전용면적 84㎡의 경우 이달 들어 통상 11억원대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13억~14억원대에 계약이 이뤄졌던 것과 대비된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부담이 커지고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월세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6월 94.2에서 8월 87.7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월세수급지수는 지난 8월 100.1을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100을 넘겼다. 수급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월세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전세 수요는 꾸준히 감소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월세 선호와 전세가격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르지만 그만큼 월세도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가격 하락으로 역전세난을 우려하지만 그보다는 월세 상승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월세 시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곧 서울의 경우 보증금을 인하해 월세로 전환할 때 1억원당 월세 50만원을 부르는 집주인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가격이 내린 전세 매물이 소진되고 전월세전환율이 금리 수준을 뒤따르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월세난을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석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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