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두순 이어 김근식까지…아동 성범죄자 출소에 대한민국이 떤다
입력 2022-10-14 16:12  | 수정 2022-10-14 17:24

"30년을 넘게 산 내 고향이지만, 딸 아이를 위해 이사까지 생각 중입니다"
서울 한 지역구에서 초등학생 2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 직장인 최 모씨는 최근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성범죄자 김근식 출소 뉴스 이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주변에 성 범죄자 44명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접 타 지역구보다 2배나 많은 수치라는 사실에 최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 지역 토박이로 자랐지만, 주변에 이렇게 많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줄 몰랐다"며 "어린 딸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사를 가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아동 성폭행범 전과 11범 김근식이 17일 출소가 결정되자 성범죄자 다수 거주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김근식은 2006년 5∼9월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했다.
주거지가 없는 김근식은 출소 후 경기도 의정부 소재 법무보호복지공단 생활관에 입소할 계획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연고지가 없는 출소자를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법무보호복지공단의 1인 보호기간은 최장 2년으로, 6개월마다 최대 3차례 더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2년 뒤에는 김씨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라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 안산에 10년 넘게 거주 중인 30대 남성 직장인 남 모씨는 "조두순이 이곳에 온다고 했을 때 이사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며 "왜 평범한 시민들이 범죄자들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근식이 거주할 예정인 의정부 지자체와 시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동근 경기 의정부시장과 최정희 시의장은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 성폭행범 김근식이 의정부에 있는 갱생시설인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입소 예정인 것을 확인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지정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의정부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근식이 정말 의정부로 오는 것이냐", "법무부에 공식 항의전화를 넣었다"는 게시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경찰과 법무부는 시민들의 불안을 고려해 철저한 관리 감독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김근식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24시간 밀착 동선 관리를 진행한다. 왜곡된 성인식과 범죄성향 개선을 위한 개별 심리치료도 실시한다. 경찰은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강력팀 5명을 특별 대응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사법당국의 강력 대응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불안은 크기만 하다. 과거 성폭력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받은 범죄자들의 재범율또한 줄어들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성폭력 심리치료 프로그램 이수 후 재범으로 복역한 비율은 19.7%에 달했다. 2020년 20.1%, 2021년 19.3%를 기록해 20%대에서 계속 정체중이다. 성범죄자 프로그램 효율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심리치료를 받지 않는 성범죄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성폭력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 인원은 △2018년 452명 △2019년 448명 △2020년 980명 △2021년 492명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관계자는 "집행 중 수용, 강제출국, 소재불명(수사의뢰 처리) 등 다양한 사유가 있다"면서도 "각 사유별로 몇 명이나 미이수하는지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적 공분을 사는 조두순·김근식 등 외에는 심리치료를 받지 않거나, 받아도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셈이다.
법무부의 심리치료 예산 집행이 해마다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법무부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자 심리치료 프로그램 예산은 2019년 8억 7444만원에서 2022년 8월 기준 1억 4193만원으로 급감했다. 성범죄자알림e 공개대상자가 4000명대 내외로 해마다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범법을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수용해 치료·감호해야 하는 국립법무병원에는 환자 수 대비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강영운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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