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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이방원에서 '원'은 빠지나…한달 반만에 40% 빠진 두산에너빌리티
입력 2022-10-14 15:58 
원전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모회사 두산의 지분 블록딜이 있었던 지난 8월 30일 이후 40% 넘게 하락했다. [사진 제공 = 두산에너빌리티]

국내증시를 이끌고 있는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위산업·원전)의 일원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최근 가파른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한달 반 만에 거의 반토막 수준이 되면서 신저가 부근까지 내려왔다. 주주들의 원성은 고점에서 지분을 대량 현금화한 모회사 두산으로 쏠리고 있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8월 30일 2만1700원에서 이날 1만3100원까지 39.63%나 급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 낙폭은 카카오페이(-42.15%), 케이카(-41.96%)에 이어 코스피200 편입 종목 가운데 세번째로 큰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두산에너빌리티를 6287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3위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지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데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 8월 한때 두산에너빌리티는 월초 대비 20% 넘는 주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8월 말 2만3000원선까지 올랐던 주가는 한달 반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 13일에는 장중 1만245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대장주로서,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의 최대 수혜종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탈원전 폐기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투자심리와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대선 전인 지난 2월 15일 1만5200원이었던 주가는 대선 후인 3월 14일 2만3900원까지 한달 만에 57.23%나 급등했다. 이후 주가는 서서히 내리막을 타면서 6월 말에는 1만6000원까지 떨어져 급등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최근 6개월간 주가 추이 [자료 출처 = 구글 파이낸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에 쏠리는 시장의 관심을 감안하면 이 종목의 주가 하락은 더욱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태조이방원'으로 요약되는 5개 업종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독 두산에너빌리티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8월 30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9.46% 빠지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이 부진했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가 나타낸 -40% 수준의 낙폭은 전체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태양광 대장주인 한화솔루션이나 조선주인 현대중공업이 각각 -10.24%, -16.67% 하락하는 데 그쳤고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오히려 4.5%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모회사 두산을 향한 주주들의 원망도 커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은 지난 1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35.0% 가운데 4.5%에 해당하는 2854만주를 주당 2만50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 블록딜을 통해 두산은 5722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분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후 이틀 동안에만 이 회사 주가는 11.52%나 급락했고 이후에도 주가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통상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주요주주의 지분 매각은 주가 고점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블록딜 시점이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해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주식 게시판 등에는 "대주주들의 이같은 행태가 코리안디스카운트의 원인", "모회사가 매도 사인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 "지난 2월 1조원 규모 유상증자 당시 1만3850원에 주식을 산 투자자들을 생각하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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