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루이비통, 롤렉스도 접수" 프랑스 파리에서 밤마다 벽 기어올라 상점 불끄는 사람들 정체는
입력 2022-10-14 14:48  | 수정 2022-10-16 15:38

프랑스 파리의 밤,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전속력으로 건물을 향해 달리더니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지면에서 3m 높이까지 올라간 남자가 손을 뻗어 스위치를 끄자, 근처 이발소의 불빛이 꺼졌다. 이 남자는 다른 건물 벽을 올라 불을 끄고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스파이더맨'을 연상시키는 이 남자는 프랑스 파리의 파쿠르 선수다. 파쿠르는 달리기, 기어오르기, 도시 장애물 뛰어넘기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다. 뉴욕타임스(NYT)는 "20여명의 파쿠르 선수들이 밤마다 파리 상점의 전등을 끄며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리에 기반을 둔 온스팟 파쿠르 그룹은 2년 전부터 도시의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훈련을 겸한 소등 운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유럽의 에너지난과 맞물려 이들의 소등운동이 더 조명받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파리시는 약 10년 전 오전 1~6시 사이 모든 상점 간판에 불을 끄라고 명령했다. 다만 이 조치에 강제력이 없어 밤늦게까지 불을 켠 상점들이 여전히 많다.

파쿠르 선수들은 보통 상점 외부 3~4m 높이에 설치된 비상 스위치를 찾아 외부 조명을 끈다. 루이비통, 롤렉스, 롱샴 등 샹젤리제 거리의 명품 가게들도 이들의 저격 대상이 된다고 NYT는 전했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이 사유지에서 소등운동을 벌이는 것은 불법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시의회 등은 이들의 활동을 지지한다. 댄 레트르 환경 담당 파리 부시장은 "이들은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충격적인(점등)습관을 끝낼 수 있는 것도 이들 덕분"이라면서 파쿠르 선수들을 격려했다.
파쿠르팀인 위지 갱 회원인 매튜 브루라드는 "우리는 지구 온난화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세대"라며 "해결책은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나올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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