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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엔 가성비가 정답…펩시코 실적·주가 튼튼하네 [월가월부]
입력 2022-10-13 17:48  | 수정 2022-10-13 20:18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고물가 시대로 미국인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펩시코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며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4% 이상 급등했다. 펩시코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것은 오랜 기간 거대 경쟁자인 코카콜라와 벌인 싸움에서 터득한 효율적인 경영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펩시코는 미국 음료시장 점유율 1위 기업 코카콜라와 시가총액 차이를 꾸준히 줄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높은 고객 충성도와 함께 경쟁사 대비 싸다는 점이 주효했다. 고물가 시대에 모두가 씀씀이를 줄이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현실이 펩시코 실적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펩시코 역시 올해 들어 주력 상품 가격을 많이 인상했지만 타사와 비교해서는 상승폭이 좁아 소비자 저항이 작았고, 그만큼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식료품 제조기업 펩시코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4.18% 상승했다. 펩시코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예상치(1.85달러)보다 6.5% 높은 1.97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액도 219억7100만달러로 추정치(207억2000만달러)를 6% 웃돌았다. 펩시코는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도 올려 잡았다. EPS 전망치는 6.63달러에서 6.73달러로 상승했다. 회사 측이 예상한 올해 EPS는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는데, 이는 전년 성장률인 8%를 웃도는 수치다. 펩시코 측은 이날 실적 자료를 통해 "당사의 글로벌 비즈니스 원동력이 여전히 강해 3분기 실적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펩시코는 이날 이 회사가 속한 경기방어주(Consumer Defensive) 섹터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금융정보사이트 핀비즈에 따르면 이날 미국 증시에서 경기방어주 섹터는 0.37% 상승해 11개 섹터 중 오름폭이 가장 높았다. 이날 상승한 섹터는 경기순환주(0.33%), 에너지주(0.2%)를 비롯해 3개에 불과했다. 펩시코가 판매하는 제품은 가격이 싸면서 고객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상품이 대부분이다. 상품 자체의 높지 않은 가격과 브랜드 충성도 덕분에 가격을 인상해도 수요가 많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펩시코는 올해 제품 가격을 12% 올렸음에도 수요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앤드리아 테세이라 JP모건 주식 분석가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펩시코가 판매하는 제품들 가격은 인상폭이 작다"고 설명했다.
원재료·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라몬 라과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에서 "펩시코가 홍보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들이 가격에 덜 예민한 부문에 기업의 판매력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음료 브랜드인 트로피카나와 네이키드 등은 사모펀드에 매각해 현금 35억달러를 마련하기도 했다.

펩시코는 콜라 브랜드 '펩시' '퀘이커 오트밀' '레이스(Lay's) 감자칩'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795억달러인데 이 중 60%가 북미법인에서 발생한다. 북미법인 매출 중 51%는 음료 자회사인 '펩시코음료'에서, 43%는 스낵 자회사인 '프리토레이'에서 나온다. 펩시는 50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기업이기도 하다.
월가는 펩시코 실적을 두고 현금흐름·이익·성장성을 모두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투자 리서치기관 잭스의 브라이언 멀버리 매니저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지금처럼 변동성이 심한 장에서도 주식을 사고자 한다면 펩시 같은 주식이 적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펩시는 현금 흐름이 풍부하고 이익 구조가 지속적으로 좋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도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 덕분에 펩시코는 라이벌이자 미국 음료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코카콜라와 벌어진 시총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현재 코카콜라 시총은 2384억6000만달러, 펩시코는 2337억7000만달러로 두 회사 시총 차이는 47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카콜라 주가는 6% 하락했지만 펩시코는 하락률이 2%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1~5년을 모두 놓고 봐도 펩시코 주가 상승률이 코카콜라를 상회했다.
한편 코카콜라 실적은 정반대 이유로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비싼 제품이다 보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제럴드 파스카렐리 웨드부시증권 분석가는 "코카콜라 제품 가격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코카콜라 역시 원재료 가격 인상을 상쇄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깎아먹고 있지만 코카콜라와 같은 경기방어주는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비교적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판단했다. 투자 정보 사이트 팁랭크스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코카콜라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 15개 중 12개가 '매수', 3개가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적정 가격은 현재 주가보다 22.36% 높은 상황이다. 코카콜라의 3분기 실적은 오는 25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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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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