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혈세로 산 농산물 폐기에 105억
입력 2022-10-12 19:59  | 수정 2022-10-12 20:05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가수 진성 씨가 직접 노랫말을 쓴 '보릿고개'는 몸도 마음도 배고팠던 본인의 유년 시절을 표현한 곡입니다.

아버지는 유랑극단 단원이었고, 어머니는 가난에 지쳐 집을 나갔기에 진성 씨는 친척 집을 전전해야 했고, 옆집 할아버지께 창을 배워 노래로 배고픔을 달랬다고 하죠.

요즘은 '김치 보릿고개'란 말이 나옵니다. 농산물 가격 폭등에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죠, 이 와중에 정부가 구매한 농산물 상당량은 폐기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폐기된 농산물은 5만5천250t에 달합니다. 유통공사가 이를 폐기하는 데 사용한 비용만도 105억3천200만 원에 이르고, 심지어는 김장에 필수인 양파와 배추, 무, 마늘 4개 품목 폐기량이 전체의 98%나 됐죠.

폐기 사유는 보관기간 초과가 80~90%를 차지했습니다. 쉽게 말해 품목별 비축 계획을 잡을 때 예측이 정밀하지 못해 매해 어마어마한 식량을 폐기한 겁니다.

무와 배추는 생육기간이 짧고 재배면적, 작황 등에 따라 생산량 변동이 커 연중관리가 필수적이지만, 그래서 수급조절위원회를 상시 열어 논의해야 하지만, 지난해 3차례, 올해는 단 1차례 연 게 다였습니다. 긴급한 경우엔 서면심의를 할 수 있음에도 이조차 하지 않았죠.


흔히 '먹을 것 버리면 벌 받는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비싸게 농산물을 사 먹고, 정부는 이 농산물을 혈세로 사다가, 혈세로 보관하고, 혈세로 폐기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미래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먼 미래는 예측이 힘들겠죠.

하지만 정부에 권한을 줬는데도, 수급조절 위원회가 있는데도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예측을 못 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참 그런데 이럴 땐 누가 책임을 져야 하죠. 누가 책임을 졌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혈세로 산 농산물 폐기에 105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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