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대역 쓰고 '재연' 미고지…MBC "부적절한 화면 처리"

국민의힘 "또 한 번 '조작 방송'" 맹공

전날(11일) 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김 여사 대역으로 재연 배우가 나왔음에도 별도의 '재연'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MBC 측은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이고 사과했습니다.

MBC는 오늘(12일) "사규상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 준칙'을 위반한 사항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 동영상을 다시 보기가 가능한 모든 사이트에서 내리고, '재연' 표기 후 다시 올리도록 조치했다"며 "정확한 제작 경위를 파악한 후, 합당한 추가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덧붙여 "부적절한 화면 처리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습니다.

앞서 PD수첩은 전날 '논문저자 김건희'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중점적으로 파헤쳤습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방송 오프닝입니다. 김 여사와 비슷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한 여성이 등장했고, 화면에는 '의혹', '표절' 등의 글자가 덧입혀졌습니다. 하지만 MBC는 김 여사의 대역을 내보내면서 '재연'했다는 고지를 별도로 하지 않아 논란을 불렀습니다.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에는 제한적으로 재연 기법을 활용할 수 있으며, 시청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재연 영상임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MBC 측이 인정한 것처럼 사규상의 준칙을 위반한 겁니다.

아울러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 39조(재연·연출)에 따르면 방송에서 과거의 사건·사고 등을 재연할 때는 재연한 화면임을 자막으로 고지해야 합니다. 시청자들이 실제 상황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TF' 위원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여사 대역까지 쓰면서 재연화면임을 시청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은 방송심의 규정 제39조를 매우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대역까지 쓰면서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악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언론의 기본마저 무시한 막가파식 보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과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잇따라 논평을 내고 각각 "기본 중의 기본인 '시사, 보도 프로그램 준칙'조차 저버렸다", "대통령 순방 '자막 조작' 방송도 모자라 또 한 번 '조작 방송'을 자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