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독증은 임신부에게 발생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이다. 모성 사망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분만 시기가 너무 빠를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중독증은 고령 임신과 만성질환 증가,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마땅한 예방법이 없어서 산모들의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예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정기적인 산전검사를 통해 초기에 발견하는 것만이 최선의 대비다.
임신중독증은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 2017년 9,873명에서 2021년 1만 4,074명으로 40%가 넘게 늘었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편승연 교수는 "임신증독증 증가는 고령 임신과 관련이 있다. 이에 더해 스트레스나 비만 또는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 노출되는 것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신성 고혈압과 함께 단백뇨 또는 신기능, 간 기능 이상 시 임신중독증
임신 20주 이후에 혈압이 증가하는 것을 임신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이렇게 임신성 고혈압이 발생한 산모에서 단백뇨 또는 다른 혈액검사 상 이상소견(신기능악화, 간 기능 저하, 혈소판감소증)이 있거나, 두통이나 시야장애가 나타날 때 임신중독증, 경련이 동반되는 경우 자간증으로 진단한다. 편승연 교수는 "임신중독증은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하는데, 그 기준은 증상(두통, 상복부통증, 시야흐림)과 혈액검사 이상 소견, 즉 혈청 크레아티닌 1.1㎎/㎗ 초과 또는 기존의 2배 이상 상승, 간수치 정상의 2배 이상 상승, 혈소판 10만 미만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엄마의 몸이 태아 거부하는 반응, 전신에 영향 미쳐
임신중독증은 '임신 중독증'이 아니라 '임신 중 독증'이다. 태아가 자궁에 착상할 때 태반이 형성되는데 이때 정상적인 몸이라면 태아를 거부하지 않도록 전체적인 면역 반응이 저하된다. 하지만 임신중독증이면 이러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 결과 태반이 자리 잡을 때 저항성이 높은 혈관이 생성된다. 그 뿐만 아니라, 임신 시에 정상적으로 엄마의 혈관은 혈액량을 늘리게 되는데, 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혈관이 수축해 신체 여러 부분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며, 전신적인 몸의 변화를 일으킨다. 즉, 엄마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영향을 미친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고, 간이 나빠진다거나, 콩팥의 문제로 인해 단백뇨와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전 비만, 고혈압, 콩팥병 있으면 주의해야
임신 전부터 이미 비만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다면 당연히 더 주의해야 한다. 만성 고혈압 환자는 임신중독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며, 콩팥질환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편승연 교수는 "비만 여성, 임신으로 갑자기 몸무게가 늘어나는 여성은 임신중독증에 걸릴 확률이 정상 임신부보다 3.5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임신한 경우나 쌍둥이를 임신한 때도 임신중독증의 위험도가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임신중독증 예방법 없어, 정기 검진만이 대비책
임신중독증은 현재까지 예방할 방법이 없으므로 임신부는 정기방문 시 혈압이나 체중을 확인하고 임신 20주 이후부터는 단백뇨를 체크해야 한다. 이때 혈압이 오르거나 단백뇨가 나오면 큰 병원에 와서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하여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임신 중 혈압이 오르고 단백뇨가 나오는 것의 원인에는 임신중독증 이외의 질병이 있을 수도 있어 처음 혈압이 오르고 단백뇨가 생겼을 때 임신중독증 이외의 질환에 대한 감별이 꼭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편승연 교수는 "특히 산모의 임신중독증 과거력, 만성 고혈압, 다태임신이나 콩팥 이상, 당뇨병이 있는 고위험군은 임신 초기부터 정기 검진 시에 상태를 자세히 파악하고 11주경부터 아스피린 복용을 하는 것이 향후 임신중독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출산이 가능하도록 임신 기간 적극 관리 필요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된 후에는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중독증이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입원해서 경과관찰을 하게 되고, 입원 시에는 증상(부종, 두통, 상복부통증, 시야흐림 등), 혈압, 소변량, 비수축검사(일종의 태동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한다. 면밀하게 관찰하던 중에 중증 자간전증 징후가 보이면 경련을 예방하기 위해 황산마그네슘이라는 약을 사용할 수도 있다. 결국 '출산이 곧 치료'이다. 따라서 경과를 관찰하면서 주수를 늘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출산을 하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다. 배 속의 아기는 1주일마다 상태를 점검해 잘 크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만일 아기가 크지 않는 상황이면 영양을 공급하는 태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산모와 태아 상태 고려, 적절한 분만 시기 잡아야
임신성 고혈압 또는 비중증 임신중독증의 경우엔 외래에서 경과관찰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증 임신중독증은 입원해 매일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고려해 분만 여부를 결정한다. 비중증 상태라면 태아 예후를 위해 임신을 37주 이후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증 상태라면 빠른 시일 내에 분만을 계획해야 하지만 아기가 34주 이전에 태어날 경우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분만의 계획에 있어 임신 주수가 얼마나 경과했는지가 중요하다.
모든 임신중독증 임신부에게 제왕절개를 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도분만으로 꺼낼 때 태반 형성에 문제 있는 경우가 많아 엄청난 자궁수축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 또 임신 주수가 짧으면 분만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제왕절개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제왕절개를 꼭 해야 하는 이유(예를 들어, 이전에 제왕절개로 분만을 했거나 자궁근종 절제술 등 자궁을 수술한 적이 있는 경우, 아이의 머리가 위쪽으로 있는 경우 등)가 없다면 자연분만을 먼저 시도해보도록 한다.
◇출산 이후 적극적 관리 중요
임신중독증은 다음 임신에서 재발할 확률이 높다. 편승연 교수는 "임신중독증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산모는 다음 임신에서 임신 초기 상담 시에 임신중독증의 과거력을 의료진에게 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중독증은 산모의 건강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분만 후 5년 이내에 만성 고혈압이 생기는 비율이 25%로 확인됐고, 장기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 임신중독증 산모(혈압 160/110 이상 혹은 단백뇨 24시간당 5.0g 이상 산모)가 향후 고혈압에 걸릴 위험도는 6배, 허혈성심질환은 1.7배, 당뇨병은 4배 증가한다. 출산 후에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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