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이 기준금리 인상과 매물 적체 현상 심화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집주인이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퇴거를 예고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단지 아파트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라 역전세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가 전날 10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를 체결했다. 2년 전 최고가(14억원)과 비교하면 3억5000억원 빠졌다.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엘스' 전용 84㎡도 지난 1일 9억5910만원에 임차인을 맞이했다. 2년 전 최고가(13억원)보다 3억원 이상 눈높이를 낮췄다.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현재 6억3000만원짜리 전세물건이 등장했다. 2년 전 최고가(9억원) 대비 2억7000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강북권에서도 손꼽히는 대단지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5일 7억7500만원에 전세 거래되면서 충격을 줬다. 2년 전 최고가(10억원)는커녕 심리적 지지선인 8억원대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호가가 8억5000만원까지 올라온 상태지만 금액 협의가 가능한 매물이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주택'과 '역전세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상생임대인제도로 재계약이 늘어났고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이자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0%포인트 상향 조정하면서 10년 만에 기준금리 연 3% 시대가 열었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매물은 4만3579건으로 1년 전(2만3921건)보다 82.1% 증가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한 갭투자자처럼 목돈 마련 능력이 부족한 임대인이 제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서 세입자들이 피해를 입어, 집주인과 세입자 간 임대차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전통적인 이사철이지만 오히려 전세가격이 더 떨어지고 있다"며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쥐여주며 재계약을 유도하고, 세입자는 살던 집이 나가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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