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한 아이 "배고프다"…제주 병설유치원 '매운급식' 논란

"유아들이 초등생과 같은 급식 먹게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
작년에도 비슷한 문제제기, 인권위는 "매운맛은 주관적"

제주 지역의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순두부찌개와 짬뽕 같은 매운 음식들이 급식으로 나와 원생들이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오늘(11일) 현지홍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은 제주도교육청 2021 회계연도 결산 심사가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초등학교에 속해 있는 병설 유치원이 원생들에게 초등학생과 동일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 의원이 학부모들로부터 제보받은 급식 사진에는 순두부찌개와 짬뽕, 김치볶음밥 등 이른바 ‘빨간 음식들이 등장했습니다.

현 의원은 "유아들은 상대적으로 소화 기능도 떨어지고 저장 기능도 떨어진다"면서 "그런데 이 친구들과 초등학생들하고 동일하게 급식을 제공하는 게 맞는지 걱정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에 고경수 도교육청 교육국장은 "도내 초등학교에 속해 있는 병설 유치원은 해당 초등학교와 대부분 같이 하고 있지만 맵거나 짜거나 이런 부분들은 구분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이 마련된 곳도 많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생에게는 고춧가루를 뿌린 콩나물무침이 제공되면 유치원생에게는 고춧가루를 빼서 나가는 방식으로 구분한다"며 "다만 학교 누리집에는 (초등학생 급식) 대표 사진 한 장만 올라가기 때문에 유치원생에게도 동일하게 제공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일선 학교에 지속적으로 관련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지난해에도 인천의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원생 아이를 둔 학부모가 지난해 교육부를 상대로 '매운 급식' 문제를 시정해 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일이 있었습니다.

해당 학부모는 집에 돌아와 "배고프다"고 하는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는 "매워서 못 먹었어"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알아보니 하루는 고춧가루가 들어있는 육개장과 깍두기, 고추장아찌, 매운 소스 고기튀김 등이 나와 매운 것을 못 먹는 아이들에겐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사실상 한 개뿐인 급식 식단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매움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 "아동에게 매움을 참게 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주장하며 진정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인권위는 "매운 맛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며 이를 기각했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