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경쟁이 점차 표면화되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 대표 후보자들 사이에 '친윤'과 '비윤'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준석 리스크'를 벗어나 비대위 체제가 안정되면서 후보들이 전당대회를 의식해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을 찾아 정치적 지분을 넓혀가는 전략으로 보인다.
1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저울질 중인 여권 인사 중 당내에서 친윤계로 분류되는 후보는 김기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다. '비윤'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과 조경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친윤계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안철수 의원에 대해 견제구를 날렸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총선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는 안철수 의원의 메시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총선승리라는 지상목표를 공유하고 계신 안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전날인 10일에도 "새롭게 출범할 차기 지도부의 지상과제는 단연코 총선 승리이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만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며 "차기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2024년 총선을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바 있다.
김 의원이 이틀에 걸쳐 집요하게 안 의원의 대선 불출마를 압박하며 계속 공격하는 것은 '친윤'계 의원으로서 확실한 당심을 거머쥐고 있단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는 30%의 여론조사와 70% 당원투표로 결정되는 데 인지도에서는 안의원에 뒤쳐지지만 소위 '윤심'을 확실히 끌어안고 정부의 국정파트너 역할을 할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하는 메세지다.
지난 일주일간 김의원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내용별로 분류하면 이재명 당대표·민주당 저격성 글이 4건으로 가장 많고 안철수 의원 비판글이 2건으로 그 다음이다. 결국 민주당의 이대표의 '맞수'가 될 당대표로서 능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내부에서 강력한 맞수인 안의원에 대한 견제를 보수 '순혈성'과 윤정부에 대한 '충성심'으로서 차별화하고 있는 셈이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반윤'은 아니라며 출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표 부분은 고민을 깊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금 더 고민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친윤과 비윤, 반윤 중에서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 하느냐'는 질문에 "정권교체를 이루어준 국민들 마음을 풀어드릴 책임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런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반윤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나경원 [매경DB]
나 전 의원은 지난 일주일 사이 총 6개의 페북 메시지를 썼는데 아직 김 의원처럼 뚜렷한 일관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이틀사이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비판글과 북한 도발 비판 글을 쓰면서 서서히 몸을 풀고 있는 중이다. 이날 "반윤은 아니다"며 에둘러 표현했지만 나 전 의원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줄곧 방송과 SNS 등에서 비판해 오면서 '친윤색깔'이라는 평가를 당내서 받는다.반면, 새정부 출범후 소위 '간장연대'(안철수-장제원 연대) '철권 연대'(안철수-권성동 연대) 등으로 친윤 색깔을 과시해왔던 안철수 의원은 점점 중도보수를 지향하면서 친윤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형국이다.
안 의원은 이날 나경원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게 출마를 공식화하라고 밝혔다. 친윤계와 비윤계 후보 모두에게 출마 권유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경쟁자를 견제하기보다 자신의 포용력과 중도확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의원의 중도확장 전략중 하나는 정책전문가로서 전문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지난 일주일간 총 17건의 SNS메시지중 국정감사와 정책관련 내용이 10건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안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도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처럼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보다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저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던져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끝맺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건물에 마련된 유 후보의 선거 사무소에서 비대면으로 `정책발표 및 온라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비윤'을 넘어 '반윤' 후보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일주일간 7건의 메시지중 당 상황 질타와 비판성 글이 4건으로 가장 많고 2건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저격성 글이다. 이날도 유 전 의원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조선은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니다'라는 SNS 발언에 대해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며 "비대위원장 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썼다. 몇일 전 '이꼴 저꼴 다 보기 싫을 때, 유승민'이라는 한겨레21 기사를 공유하고 당 윤리위의 이준석 전 대표 당원권 추가정지 징계에 반발하는 글을 올리는 등 연일 당 지도부를 겨냥한 저격을 이어가고 있다.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매경DB]
조경태 의원도 당내선 비윤계로 분류되지만 유 전 의원과는 다소 온도가 차이가 난다.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지만, 이 전 대표 징계에 반발하는 당원 모임인 국바세(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콘서트에 참석하며 비윤 표심을 공략했다. 윤 대통령 '뉴욕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비판보다는 윤 대통령을 보호하는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동시에 공직선거법 위반 국회의원 재판에 '단심제' 도입,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 등 정치개혁안을 발표하며 보수 개혁의 이미지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다.[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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