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무도 축하 해주지 않는다"…예년엔 여행도 갔던 푸틴, 외로운 칠순 생일
입력 2022-10-07 20:38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속전속결로 끝날 것 같았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덧 8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전쟁 초기 빠르게 점령지를 늘려갔으나 초여름부터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과 서방의 무기가 러시아 진격을 멈추게 한 것이다. 최근에는 동부와 남부에서 점령지를 우크라이나군에게 내주는 등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다.
더군다나 이들 지역은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병합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15%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과 동부 루한스크에서 강력한 반격에 나서면서 핵심 요충지를 탈환하고, 일부 지역 러시아군이 고립 위기에 처하는 등 전황이 급격히 러시아에 불리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 러시아 내부에서도 분열이 감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내려진 동원령으로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면서 인근 국가로 징집을 피해 탈출하는 주민들의 차량 행렬이 인공위성에 포착되는 등 러시아 전 지역에서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이번 동원령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징집된 이들에 대해 귀가 조치 시키는 등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겠다고 사과까지 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푸틴 측근들의 분열이다.
푸틴과 겨울휴가를 함께 갈 정도로 가까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장관과 전선 지휘부에 대해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과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을 이끄는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강력 비난한 것이다.
카디로프는 지난 1일 동부 요충지 리만을 우크라이나에 뺏기자 리만 지역군 지휘부를 이등병으로 강등하고 최전방으로 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병합지 중 한 곳인 헤르손주 친러 고위 관료인 부수반인 키릴 스트레무소프는 역시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향해 '자살'을 언급했다.
그는 온라인에 공개한 영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상황을 이지경으로 만든 국방장관이었다면 장교로서 스스로에게 총을 쐈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예비군 동원령이 소수민족에 몰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앙아시아 이주민들도 항의 시위와 모병소 공격 등 격해지는 모습이다.
중앙아시아 전문가 잰코 스케파노비치는 최근 외교전문지 '디플로맷'(Diplomat)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박은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의 급격한 쇠퇴를 초래하는 씨앗을 심은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계엄령과 국경 폐쇄조치를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이 모스크바에 돌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즉각적인 위협이 될만 한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칠순을 맞았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생일이면 시베리아로 여행을 가거나 아이스하키를 하며 보냈지만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외로운 생일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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