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피플] 홍성국 "대전환 복합위기 직면…양극화 심화 대비해야"
입력 2022-10-08 09:00  | 수정 2022-10-08 16:10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MBN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홍 의원은 경제 위기에 대한 진단과 극복방안에 대해 밝혔다. / 사진=MBN
“한국 경제, 첩첩산중…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울 수도”
“전 정부 ‘소주성’, 방향 맞았지만 속도 너무 빨랐다”
“경제 위기의 끝은 양극화…안전망 확충해야”
“윤 대통령-英 총리 경제 이데올로기, 신자유주의 과거에 머물러”

‘증권계 미래학자로 이름을 날리다 2020년 깜짝 발탁 인사를 통해 정치권에 입문, 세종시 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 의원은 1986년 대우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년간 재직하며 2014년, 대우증권 최연소 사장에 오른 한국 1세대 애널리스트 출신입니다. 이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과 혜안리서치 대표 등을 지내며 ‘수축사회 등 여러 권의 경제 관련 서적을 출간하며 경제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홍 의원은 MBN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경제 위기를 선도적으로 알리고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게 역사적 소임”이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홍 의원을 만나 한국 경제의 위기 진단과 극복방안,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경제 위기, 펀더멘탈 악화로 가랑비 옷 젖듯 와”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MBN

Q. 한국 경제에 ‘물가상승·‘금리인상·‘달러강세와 같은 악재가 산적해 있습니다.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을 진단하신다면?

홍성국 의원 (이하 홍 의원) : 첩첩산중입니다. 산 위에 또 산이 있는. 저는 지금의 경제 상황이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유사하다고 얘기합니다. 여기에,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얘기하고 있어요. 특히,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아주 안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교역량 감소 △코로나19로 내수 기반 허약 △가계부채 OECD 최고 수준 △무역수지 6개월째 적자 등 모든 면에서 위기죠. 이번 위기를 ‘회색 코뿔소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코뿔소는 온순한 동물이지만 한 번 화가 나면 흉포하기가 이를 데 없죠. 퍼펙트 스톰을 넘어 회색 코끼리의 위험이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누적돼 왔던 거죠.

Q. 특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 정부 때는 너무 올라서, 현 정부 때는 너무 떨어질까 걱정하는 분위기인데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홍 의원 : 부동산을 움직이는 가장 실질적인 요인은 금리입니다. 금리 방향성은 어느 나라나 다 똑같습니다. 국내 부동산이 많이 오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2020년부터 1년 반 동안 (급격하게) 올랐을 뿐 사실 다른 나라와 상승률 전체는 거의 비슷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출 금리가 7%까지 오르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70%를 부담해야 하는 사람이 19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DSR 위험군으로 접어드는 차주가 그만큼 많다는 거죠. 이 사람들이 한두 달은 이자를 내며 어떻게 버티겠지만 계속 버틸 수 있을까요? 지금 부동산 시장이 하락 추세로 들어선 건 분명합니다. 우리나라 이상으로 부동산이 많이 오른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호주 등이 지금 빠르게 하락하고 있죠. 한국도 이런 흐름을
따라간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를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홍 의원 : 지금 펼 수 있는 정책이 별로 없어요. 다만 청년, 중산층들을 위해서 저·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부분, 부실 주택이 경매까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버퍼(buffer·완충장치)는 마련해야겠죠. 그런데 해당 논의는 아직 부동산이 많이 안 떨어졌기 때문에 안 하고 있는데, 금리·수급 차원에서 정부가 일정 부분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장 자금 경색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사진=MBN

Q.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도 걱정이죠. 금리가 급하게 오르면서, 시장 자금 경색도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홍 의원 : 자본시장이 지금 어려운 것만큼은 사실인데 다행히 한국 시장에는 어느 정도 선반영 됐다고 봅니다. 미래를 담보하는 산업과 기업이 항상 주식시장에서 나오지 않습니까. 경기가 ‘업 턴(up turnㆍ상승 국면)하게 될 때면 주식시장이 이끕니다. IMF 때 벤처 기업들이 다 나왔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빅테크 기업이 나와서 아마존,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이 나타났죠. 즉, 미래를 주도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밖에 없기 때문에 또 새로운 기회로 보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 경제 위기가 위기가 오래가고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Q.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홍 의원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홍 의원 : ‘물가 정점론을 제시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안이하게 얘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장 외적 변수가 없다면 물가의 급등 추세는 없을 것도 같지만, 그러나 예상하지 못하는 여러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죠. OPEC플러스가 감산을 결정했고, 중국은 오는 16일 시진핑 3연임을 계기로 새로운 경제 정책이 나올 겁니다. 물가에 대해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지식만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위기의 끝은 양극화…리더의 경제 시각 중요”

Q.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홍 의원 :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전형적인 신고전,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낙수 효과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MB 때가 아니라 YS 때 경제 정책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죠. 전혀 새로운 개념의 경제 이론들이 나오고 있지만, 과거의 정책들에 대한 신념이 너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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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2년 2월 22일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개최한 '사람중심 회복을 위한 ILO 글로벌 포럼' 제 1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Q.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소득주도 성장과 부동산 정책 등 전 정부의 경제 정책도 좋은 평가는 못 받고 있잖아요?

홍 의원 :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 못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속도의 문제였을 뿐 방향은 맞았다고 생각해요.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생각 못했던 저금리 부분이 있어서, 부동산 시장 급등으로 이어졌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죠. 그래서 자산 양극화가 심해졌고. 저는 사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보다는 사회정책에 조금 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과 교육개혁, 국토 균형개발 등의 사회 정책에 조금 더 적극적이어야 했었는데, 인수위 없이 집권한 데다 코로나 국면으로 가면서 할 기회가 없었다는 상황적 측면이 있습니다. 코로나 국면에서 다른 나라들도 이런 개혁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죠.

Q. 무엇보다 환율 급등세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달러 강세, 계속 이어질까요? 정부는 한미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는데요.

홍 의원 : 지금 ‘킹달러라고 해서, 당장은 달러만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가별 차별화가 본격화 될 겁니다. 호주와 미국이 금리를 각각 25bp·75bp씩 올렸는데 국가의 체격에 따라 달라지듯 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고 해도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시장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 사진=AFP

Q. 최근 파운드화 가치가 37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다, 영국 정부의 감세안 일부 철회로 다시 반등하는 일이 있었죠. 그만큼 위기 때는 정부 경제 정책이 중요한 것 같은데요. 정책 조언을 해주신다면?

홍 의원 : 경제 정책은 리더가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이데올로기와 영국의 신임 트러스 총리의 머릿속에 똑같은 경제관념이 있다고 봐요. 이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대는 마거릿 대처 때인데, 그 시대 논리가 지금 통할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부자 감세에 낙수 효과를 기대한다는 등 대처 총리 흉내를 내고 있는데, (그때와) 경제 시스템은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상황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모습이 선진국에서조차 나타나고 있어요. 그만큼 세상이 갈등 구조이기 때문에 과거로 회귀하고 있고, 아니면 일부 정치인들이 시장을 너무 몰라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홍 의원님 생각은 어떤가요?

홍 의원 : 저는 이번 경제 위기를 ‘대전환 복합 위기로 진단합니다. 이번 위기의 끝은 양극화입니다. 지금 기업들은 담세율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완만하게 올려야 합니다. 이번 위기를 통해 양극화는 더 강화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구제를 받아야 할 사람이 더 많아지고, 그러려면 충분한 재정이 필요한데, 지금이 세금 깎아줄 수 있는 상황일까요?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가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지금 투자는 시장과 기술을 따라 움직이지 법인세 인하한다고 늘어나는 시대가 아닙니다. 투자의 함수는 ‘세금과 ‘금리가 아닌 ‘테크놀로지와 ‘마켓입니다.

Q. 윤 대통령에게 경제 정책 관련 조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얘기를 나누시겠어요?

홍 의원 : 윤 대통령은 ‘복합 위기라고 말하지만, 대책은 복합이 아닙니다. 물가, 금리, 달러는 한 세트라서 이 부분을 먼저 안정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유가가 떨어지고 일정시기가 지나면 우리 사회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죠. 앞으로 (현 경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대공황 때처럼 못 견디는 사람들이 탈락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해놔야 합니다. 또 확장정책,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말 좋은 기회라고 보는 건 RE100(Renewable Energy 100%)입니다. 이걸 성장산업화 하면 됩니다. 원전으로 발생한 일자리보다 신재생이 발생하는 일자리가 훨씬 많습니다.

홍 의원 지금은 대전환 복합위기의 시대”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MBN

Q. 증권사 CEO를 거쳐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밖에서 본 정치와 실제 정치, 어떤가요?

홍 의원 : 기업은 수직적 조직 문화가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치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가집니다. 기업의 경우 한 방침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가는 힘이 있는데, 정치에서는 그렇지 않다 보니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직적 기업이라도 자발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있고, 수동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게 리더의 역할이죠. 정치에서도 그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고요. 정치인으로 와서 절감한 건, 외부에서 봤을 때보다 국회의원들이 훨씬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웃음)

Q. 정치인 변신 후 가장 큰 보람이 있다면? 아쉬운 점도 함께 꼽아 주시죠.

홍 의원 : 기업에 있을 때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쳤습니다. 당시에는 제 의견과 목소리가 기사화되는 것으로 끝났지만, 정치권에서 정책으로 만들어 구체화 할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으로 생각해요. 예측과 실행은 굉장히 다른데, 구체적인 정책을 만든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개인적인 삶이 거의 없어졌다는 건 좀 아쉽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먼저 자기를 바르게 하고, 가정을 통제한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이후에 천하를 경영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정치인에게 자기 관리는 필수잖아요. 정치를 하면서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홀해 질 수 있고, 개인의 삶이 많이 없어진다는 건 조금 힘들죠.

Q.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홍 의원 : 사회 변화의 흐름을 선도적으로 알리고 대처 방안을 제시한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저는 ‘대전환 복합 위기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번 위기가 그만큼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와 리먼 부도 사태를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제가 작명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위기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경제 위기를 알리고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게 저의 역사적 소임이라고 생각해요.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정서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seoyun0053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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