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환경직 직원들에 대해 매일 근무 시작 전 음주측정을 강제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지난 2020년 9월부터 매일 업무 시작 시간에 환경직 직원을 대상으로 음주측정을 실시해왔다. 이에 환경직 직원 A씨는 "직원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잠재적 음주운전자로 예단해 음주측정을 강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공단 측은 인권위에 "환경직 직원들이 음주·숙취 상태에서 현장 근로를 수행하다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며 "환경직 직원의 안전사고 발생 비율이 공단 전체의 90~96%, 산업재해는 100%"라고 답변했다. 환경직 직원들의 안전사고 비율이 높고, 사고 건수도 증가세에 있어 수면 부족과 숙취 상태에서의 작업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란 설명이다.
공단의 자체 음주측정 결과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알코올 농도 0.03% 이상 출근자는 지난해 32명, 올해 1~5월에는 30명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측은 "환경직 직원 다수가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각, 무단결근, 자동차운전면허 정지 및 위소 등의 업무 지장을 초래해 징계를 받은 사례도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음주측정이 환경직 직원의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서도 "직원들의 동의 없이 음주측정을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공단의 산업안전보건위에서는 환경직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음주측정을 실시하는 것으로 의결했는데, 실제로는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진행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공단 측은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직원들을 운전업무에서 배제하거나 경고 등의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공단 측에) 환경직 직원 대상 음주측정에 관한 노사간 협의를 진행하고, 필요시 음주측정 의무화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며 "광주시 광산구청장에게도 권고가 이행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박홍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